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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는 가을비가 내리는 출근길, 하수도 인근 흙길(사진 좌측)에서 미끄러져 온 몸에 흙물을 뒤집어 썼다. 김씨가 미끄러진 곳 옆 마을버스 정거장에서는 파란색 펜스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도로에 선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어떤 공사를 하든 인도를 확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9일 오전 호계럭키아파트에서 출근하던 김모(54·여)씨는 가을비에 뒤죽박죽된 진흙길에 미끄러졌다. 살짝 경사가 진 길을 운동화 신고 내려왔지만 비에 물러진 흙길에 나뒹굴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김씨가 지난 길은 호원초교재개발조합의 재개발 지구 인근으로, 도경종합건설이 시에 기부채납하는 소공원 조성과 도로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소공원 공사와 도로확장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소공원과 인도 사이 안전펜스를 드러낸데 이어 기존 보도블록을 모두 제거해 새로 깐 인도 경계석만이 길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호계럭키아파트 주민 등 재개발 지구 윗동네 주민들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큰 도로로 나오려면 어김없이 이 흙길을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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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는 가을비가 내리는 출근길, 하수도 인근 흙길(사진 좌측)에서 미끄러져 온 몸에 흙물을 뒤집어 썼다. 김씨가 미끄러진 곳 옆 마을버스 정거장에서는 파란색 펜스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도로에 선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더불어 마을버스 정류장은 도로확장공사로 표지만 남아 학생들은 횡단보도에 걸쳐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도경종합건설의 현장소장은 "보도블록을 깔기 직전 기존 보도블록을 드러내고 흙을 다져놓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며 "공사에 속도를 내다보니 대체보행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루를 엉망으로 시작한 김씨는 사고도 사고지만 대응하는 책임자들의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시행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대응해야 할 안양시도 사고 책임은 시공사가 진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며 "말로 천냥빚 갚는다는 말을 되새겨 행정당국의 태도도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