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풀투어 지역 동반우승 주역
국내랭킹 2위… 올해 전북서 옮겨
유명 당구인 아버지 권유로 입문
시민체육 위한 재능기부도 앞장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한 포켓볼 대회도 이른바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져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에서 인천시체육회 당구팀 소속 선수들이 나란히 남녀부 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뤘다. 대한당구연맹이 지난 10~11일 개최한 '2020 온라인 풀 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박은지와 권호준이 그 주인공이다.
박은지는 "오랜만에 출전한 시합이다 보니까 우승한 직후에는 그냥 얼떨떨하기만 했다"며 "시간이 좀 지나서야 이겼다는 실감을 하게 됐고, 기분도 점점 좋아졌다. 모처럼 우승한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 동료와 함께 우승해 더욱 기뻤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보기 드물게 지정된 당구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관중 없이 선수 2명과 심판 1명 등 소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박은지는 "많이 어색했다"며 "대부분의 선수가 그랬을 텐데 낯설었고 어느 경기 때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북 소속으로 뛰던 박은지는 올해 인천시체육회 당구팀에 입단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선 여자 일반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 그는 국내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박은지는 "그동안 소속돼 있던 팀과 동료들도 좋았다"면서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운동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박은지의 아버지(박승칠)는 유명한 당구인이다. 3쿠션과 스누커 선수로 활약했다.
박은지는 청소년 시절에 아버지의 권유로 당구에 입문했다. "학업에 열정적이지 않았다"며 농담을 건넨 그는 "실제로 17살 때 당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그전부터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여자 당구의 미래가 괜찮다고 보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체육회 당구팀은 실력뿐만 아니라 동호인 등 시민을 위한 재능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규생 인천시체육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시체육회는 직장운동경기부(인천시청, 인천시체육회 소속 실업팀)를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서 시민들의 체육 활동을 돕고 꿈나무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재능기부 활동을 진행 중이다. 카누, 검도, 복싱, 당구, 스쿼시, 소프트볼 등 일부 종목 감독과 선수들이 동참하고 있다.
박은지는 지난달 말 부평구에 있는 소속팀 훈련장에서 이완수 감독, 그리고 이번 대회 남자부 우승자 권호준과 함께 재능기부 행사를 열었다.
그는 "포켓볼에 관심이 많은 동호인 등 추첨을 통해 시민 20여 명이 오셨다"며 "기본 자세와 각종 기술 등을 설명해 드렸는데, 다들 질문도 열심히 하시고 매우 진지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뿌듯함을 느꼈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박은지의 목표는 세계 정상급 선수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점점 나이도 들고 경력도 그만큼 쌓여가고 있어 국내 톱 클래스 실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해외 무대에서 시합을 더 많이 뛰어보고 싶다. 나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