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길학교 전교생 취업시켜
지역주민 이례적 환대·축복 속 개교
'고령 장애인 요양시설' 추진 포부도
장애인복지분야 불모지였던 안성지역에 씨앗을 뿌리고 그 꽃을 만개시킨 인물이 있어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바로 한길복지재단 한창섭(73) 이사장이다. 한 이사장은 안성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대부(代父)로 통한다.
그는 장애인복지시설이나 특수학교가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던 척박한 지역에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복지환경을 조성했다.
2008년 한길복지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장애인공동생활가정과 안성시서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 한길학교, 한길마을, 안성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안성시장애아재활치료교육센터 등 6개 산하 복지시설을 차례로 개소시켰다.
특히 지난 2012년 개교한 한길학교는 국내 최초 직업 중점 특수교육기관으로 개교 이래 지난해까지 장애 학생인 전교생 모두를 취업시킨 '신화'를 쓰고 있다.
한 이사장이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안타까운 기억 때문이다.
그는 "그날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는데 길가에서 장애인 학생과 엄마가 1시간여를 추위에 떨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일이냐'고 묻자 '등교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며 "알고 보니 안성에 장애인 학교가 없어 평택에 있는 학교에 가려던 것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공헌할 것을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한 이사장은 장애인복지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어렵사리 재단을 설립하고 장애인 학교와 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젊은 시절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느 정도 부를 쌓을 수 있었고 그 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를 만들다 보니 경제적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며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을 들은 고삼면 주민들과 안성시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학교를 제때 개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길학교는 장애인 학생들이 다님에도 이례적으로 지역주민들의 환대와 축복 속에 개교했다.
한 이사장은 가장 보람됐던 기억도 밝혔다.
그는 "한길학교 1회 졸업생들이 S푸드에 취업한 뒤 첫 월급을 받아 속옷을 선물로 사왔다. 저는 차마 그 옷을 입을 수가 없어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며 "우리 학생들 대부분이 수급자인데 이들이 교육을 받고 취업해 나라에 세금을 내는 당당한 사회구성원이 된 사실이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이사장은 고령 장애인을 위한 요양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 법인은 장애인들이 태어나 마감할 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내 생에 마지막 비원(悲願)인 고령 장애인만을 위한 요양시설을 반드시 건립해 생애주기별로 지원을 받으며 안정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