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베토벤 전통 계승 중압감
총 4곡 완벽한 합일체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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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지난달 16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드라마 속 음악들로 구성된 앨범이 얼마 전 출시되는 등 그 여운은 이어지고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사강은 1959년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발표했다. 사강은 이 소설에서 파리를 배경으로 중년 여인 폴의 사랑과 연관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냈다.

폴 보다 14세 어린 시몽은 둘 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를 모색하며 폴에게 편지를 보낸다. "오늘 6시에 플레옐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대목이다.

1961년엔 이 소설을 아나톨 리트박 감독이 영화화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미국에선 '굿바이 어게인', 우리나라에서는 '이수(離愁)'로 각각 개봉했다.

소설에선 폴과 시몽이 공연장에서 브람스의 협주곡을 듣는다고만 표현된다. 영화에서 둘이 감상한 작품은 교향곡 1번과 3번이다.

브람스는 교향곡을 네 곡 작곡했다. 네 작품은 정사각형의 네 변과 같이 강력한 힘과 완벽함의 합일체를 이룬다. 한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이 이처럼 안정되고 집중력 있는 경우는 브람스와 그의 우상인 베토벤을 제외하곤 찾기 힘들다.

브람스는 43세에 이르러서야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했다. 베토벤이 세운 교향곡의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선뜻 작곡에 임하지 못했던 거였다.

때문에, '교향곡 1번'은 브람스가 늘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던 대상(베토벤)에 걸맞은 형식과 성숙함으로 우뚝 서 있다. 균형 잡힌 베토벤의 '교향곡 8번'에 비견되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의 3악장은 영화에서 주제음악 역할을 했다. 멜로디가 아름답고 로맨틱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곡이다.

브람스의 처연한 음색과 깊은 상념을 간직한 남성적인 울림은 굳이 구분하자면 가을과 잘 어울린다. 늦가을에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어보면 어떨까. 네 곡 중 어느 곡을 들어도 괜찮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