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항공 김영준 대표 공감인터뷰
파블로항공 김영준(31) 대표는 "'군집(群集) 드론 비행 기술'을 활용해 '드론 택배'와 '드론 택시'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파블로항공을 전 세계적인 드론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0.12.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파일럿 꿈' 특전사로 복무… 드론 SW개발자 5년간 일하다 '독립'
초반 비행아트쇼에 초점 '1명이 수십대 컨트롤' 제어기술에 집중
정확한 위치정보 '오차 10㎝ 미만'…300대 동시 비행 기술력 갖춰
레바논 등 플랫폼 수출·특허 7개 보유… 향후 드론택배·택시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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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초속 12m가 넘는 강풍을 뚫고 (주)파블로항공의 드론 2대가 육지와 33㎞ 떨어진 인천 옹진군 자월도 해안에 착륙했다.

 

인천 신항에서 출발한 2대의 드론은 영흥도와 자월도 등을 4바퀴 선회한 뒤 1시간20분 동안 80㎞ 거리를 비행해 자월도에 의약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파블로항공이 1년 전 제주 서귀포~우도에서 세웠던 57㎞ 비행 기록을 자체적으로 경신한 국내 최장거리 '드론 물류 배송'이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산학융합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블로항공은 여러 대의 드론을 한 명이 조작해 동시에 비행하는 '군집(群集) 드론 비행 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지난달 드론으로 자월도까지 의약품을 실어나를 때에도 군집 드론 비행 기술이 활용됐다. 대부분 업체는 드론 하드웨어를 국내에 수입해 대리점 형태로 판매하는 반면, 파블로항공은 군집 드론 비행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파블로항공 김영준(31) 대표는 "드론을 통한 물류 배송이 활성화하면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 주민들도 1시간 안에 택배를 받고, 아침에 먹고 싶은 육지의 식당 메뉴를 그날 점심으로 즐길 수 있다"며 "파블로항공은 '드론 택배' 상용화에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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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분야로 꼽힌다. 군사 목적으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드론은 2010년대 들어 '어른들의 특별한 장난감'으로 변모했고, 최근에는 산업을 비롯한 더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미래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김 대표가 처음 드론 산업에 뛰어든 시기는 드론이 레저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2014년이다.

그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특전사 부사관으로 군(軍) 복무를 마쳤는데, 집안 사정으로 군 생활 동안 모아둔 돈을 사용하면서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했다"며 "항공 산업과 컴퓨터 분야에 어릴 적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영향을 받아 두 가지를 모두 접목한 드론 산업에 빠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론 관련 스타트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5년 동안 근무한 김 대표는 2018년 8월 파블로항공을 설립했다. 회사를 만들고 김 대표의 첫 목표는 전 세계 최고의 군집 드론 비행 기술을 가진 미국의 '인텔'과 중국의 '이항'을 따라잡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여러 대의 드론이 공중에서 움직이며 조명 등을 활용해 형상을 표현하는 '드론 아트쇼'에 초점을 맞췄다"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드론을 동시에 비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고민했다"고 했다.

드론 아트쇼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여러 대의 드론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 때문에 군집 드론 비행을 진행하려면 통신 기술과 위치 정보 시스템, 제어 기술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드론은 통신이 끊기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항상 이를 유지해야 하고, 정확한 위치에서 비행해야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한 명이 수십 대의 드론을 실수 없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제어 기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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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항공 김영준(31) 대표는 "'군집(群集) 드론 비행 기술'을 활용해 '드론 택배'와 '드론 택시'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파블로항공을 전 세계적인 드론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0.12.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파블로항공은 3개의 통신 채널을 마련해 군집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주 채널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채널이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고자 오차가 10㎝ 미만인 RTK(Real Time Kinematic) 시스템으로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드론 제어와 관련된 50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수정해 군집 비행에 특화된 안정성 체계를 구축했다. 환경적인 변수가 많은 야외에서도 군집 드론을 완벽한 형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파블로항공은 회사 설립 2년 4개월 만에 드론 300대를 동시에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3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드론 규제 샌드박스 박람회에서 파블로항공은 국내 최초로 100대의 드론을 동시에 비행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레바논과 벨기에, 아르헨티나 등에 군집 드론 비행 플랫폼을 수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300대의 드론을 한 명이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기업은 한 손에 꼽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파블로항공은 드론과 관련된 특허 7개를 등록했고, 직원도 3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군집 드론 비행 기술을 확보한 파블로항공은 이를 여러 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산불 현장을 드론으로 확인한다고 가정하면 1대가 보는 것보다 여러 대를 함께 비행시켜 산불 피해 면적과 발화지점, 소방 장비 진입로 등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군집 드론 기술을 활용하면 더 정확하고, 이른 시일 안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드론을 통해 장거리까지 물품을 배달하는 '물류 혁명'도 군집 드론 비행 기술을 통하면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지난달 국내 최장 비행 거리 배송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파블로항공은 안전성과 보안성을 강화해 2022년부터 드론을 활용한 물품 배송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대학에서 사이버 보안 관련 공부를 했고,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에 제어 시스템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드론 택배 시스템을 상용화하면 백령도나 연평도 등 멀리 떨어진 섬 주민들도 육지의 인프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파블로항공의 경쟁 상대는 아마존이나 UPS, DHL, 구글 윙 등 세계적인 물류 업체들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드론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드론 택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요즘에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기가 있는 위치까지 택시를 불러 사용하고 있다"며 "군집 드론을 제어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안전성과 보안성을 조금만 더 강화하면 드론 택시도 조만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파블로항공의 '파블로'는 20세기 최고의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에서 따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기술력과 창의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며 "파블로 피카소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어 이름을 지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는 "파블로항공을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최종 꿈"이라며 "드론 하면 파블로항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김영준 대표는?

▲ 1989년 인천 출생

▲ 2018년 8월 파블로항공 설립

▲ 2018년 11월 국내 첫 드론 정비 개론서 '드론정비개론' 출간(공동 저자)

▲ 2019년 4월 인천 항공 유망기업 선정

▲ 2019년 11월 국내 최초 해상 장거리 물류 드론 57.5㎞ 배송 시연(제주 서귀포~우도)

▲ 2020년 4월 인천시 특화로봇 육성사업 드론 물류 분야 선정

▲ 2020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혁신기업)

▲ 2020년 11월 국내 최장 거리 해상 물류 드론 80㎞ 배송 시연(인천항~영흥도·자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