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의 기원과 개념은
세법 미적용 환승객에 물건판매 발상
'면세점의 아버지' 오리건, 법안 건의
1947년 아일랜드 섀넌공항서 첫 개점
#매출 규모 세계 1위 한국
2009~2019년 6배 성장… 24조8500억
인천공항 성장, 7천만 잠재고객 확보
80% 이상 외국인 소비… 화장품 효자
#코로나 직격탄 활로 모색
정부 일부지원에도 업계 어려움 여전
무착륙 관광비행 등 국내 마케팅 주력

면세점은 물건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을 전제로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에게 관세 등의 세금이 면제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물품에 대해 세금을 면해주는 개념이다.
관광 진흥과 외화 획득, 쇼핑 편의 제공이 주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물건 가격에는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 등이 포함되는데 면세점은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에 대해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중세 유럽, 여러 나라를 배로 드나드는 무역상 등에게 각국에서 술, 담배, 음식에 대한 세금을 면해준 데서 비롯됐다.

자칫 면세점에서 산 모든 물품의 세금이 면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으로 나갈 때 면세점에서의 구매 한도는 미화 5천 달러지만 이를 국내로 다시 가져올 경우 600달러까지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로 다시 들어올 때 출국장 면세점이나 해외, 기내 면세점 등에서 구매한 물건의 가격이 600달러를 초과한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 면세 한도와 별도로 1ℓ 이하의 술 1병, 담배 1보루, 60㎖ 이하 향수는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은 출국시 면세점에서의 구매 한도가 없다.
우리나라 면세 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면세점 매출액은 24조8천500여억원으로, 전년(18조9천600여억원)보다 약 31% 증가했다. 2009년 약 3조8천억원이었던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10년 사이 6배 이상 성장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매출액을 자세히 보면 80% 이상을 외국인이 소비했다. 면세점 이용객만 본다면 내국인(약 2천840만명)이 외국인(약 2천만명)보다 많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외국인(약 20조8천억원)이 전체의 약 82%를 차지했다.
구매 한도가 없는 외국인의 소비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구조다. 2009년 외국인의 구매액 비율이 약 5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나라 면세 산업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
국내 면세점은 공항 출국장·입국장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온라인 면세점, 지정 면세점, 외교관 면세점 등으로 구분돼 현재 54곳이 운영 중이다. 2019년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만들어진 입국장 면세점은 구매 물품이 국내로 반입되지만 여행객의 물품 휴대 편의성 향상과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 등을 목적으로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제주도의 경우 해외 출입국이 아니지만 '제주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규정'에 따라 지정 면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정도가 시내 면세점에서 발생하고, 30% 정도가 온라인 면세점, 공항 면세점이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매출 규모만 보면, 인천공항으로 대표되는 공항 면세점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면세 산업의 성장에는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의 영향이 적지 않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2019년 7천만명까지 넘어선 인천공항의 이용객 증가가 자연스레 잠재적 소비층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전문 잡지 '비즈니스 트래블러(Business Traveller)' 아시아·태평양판 독자들이 선정한 세계 최고 공항 면세점에 올해까지 10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인천공항에는 출국장에 신라·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 등이, 입국장에 엔타스 면세점 등이 들어서 있다. 판매 면세품은 크게 화장품류, 주류·담배·식품류, 패션류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향수·화장품류다. 통상 절반 이상의 매출이 이 품목에서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약 7조3천억원)을 봐도 약 80%가 화장품 판매로 발생했다.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자주 찾는 면세 품목이 화장품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면세 사업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3곳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세계 면세점 순위에도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면세 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The Moodie Davitt Report)'에 따르면 2018년 매출액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에서 롯데면세점이 2위, 신라면세점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신라면세점이 직전 해보다 2계단 상승하며 글로벌 톱3에 우리나라 기업 2개가 자리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9위다. 세계 면세점 순위 톱 10에 2개 이상의 기업이 포함된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1위는 스위스 면세점 그룹인 듀프리(DuFry AG)다.

전 세계 최초의 공항 면세점은 1947년 문을 연 아일랜드의 섀넌공항 면세점이다. 섀넌공항은 유럽 공항 중 지리적으로 북미와 가장 가까이에 있어 유럽 대륙과 북미 대륙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당시 항공 기술로는 두 대륙을 한 번의 비행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항 직원이었던 브랜든 오리건(Brendan O'Regan)은 환승을 기다리는 수많은 승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려 했지만, 아일랜드에 입국한 상태도 아닌 이들에게 어느 국가의 세법을 적용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브랜든 오리건 건의로 면세법이 제정되고 섀넌공항에 면세점이 생겼다. 그래서 면세 업계에서는 그를 '면세점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당시 면세점에서는 시중에서 세금이 높았던 담배와 술이 인기 품목이었다.
우리나라 면세 사업은 196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62년 관광 진흥을 목적으로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설립됐고, 1964년 주한 외국인에게 면세품을 판매하기 위한 '한남체인'(특정 외국물품 판매소)이 문을 열면서 면세점 형태를 띤 매장이 등장했다.
이후 1967년 김포공항에 면세점이 생겼고 1973년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국내 최초 관광 면세 백화점 '남문관광면세백화점'이 개점했다.
사업 초기에는 외국인에게만 팔 수 있는 면세품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매일경제는 1970년 12월29일자 '특정외래품 취급업소 관세면제 폐지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광호텔이 관광객 유치와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면세받고 있으나 최근에는 시중에 면세품을 유출해 내국인 판매로 막대한 부당이득을 보는 사실이 늘어가고 있다"며 "관광호텔, 외국인 전용주점 등 특정외래품을 취급하는 곳은 총 169곳이 있으나 이를 감시하는 관세청 요원은 불과 25명밖에 없어 실질적인 감시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1970년대 말 김포공항 면세점은 입점하기가 아파트 당첨 이상으로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판매 품목은 술, 담배, 시계, 향수 등이었다.
조선일보는 1978년 2월14일자 기사에서 "7~8년 전만 해도 출입국객이 너무 적어 아무도 면세매점을 운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젠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역시 양주. 양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한관광공사 김포영업소의 작년 한 해 매상고는 무려 1천만 달러, 우리 돈 5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50억원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현재 4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1980·1990년대만 해도 '거품 경제'로 호황을 누리던 일본인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었다. 1995년에는 '이천 쌀'이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얻자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일본 현지보다 2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쌀을 판매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국내 면세 산업의 주요 고객층이 중국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성장한 국내 면세 산업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일부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공항 임대료조차 부담인 실정이다. 이 때문에 면세 업계는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사의 무착륙 관광 비행과 연계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책에 따라) 수입 통관을 거친 재고 면세품을 국내에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등 내국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