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심재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심재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지난 14일 공동모금회 사무실 내 인천지역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40여명의 핸드프린팅을 전시한 '아너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온정과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대면 이벤트 '119원의 기적 런' 운영… 화재 피해 형제에도 도움
경제 불황 반영 '사랑의 온도' 캠페인 기간·목표액 작년보다 줄여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5호… 취임후 9명 가입·나눔기업 7곳 동참
스스로 사업 일궈낸 '90년대생' 고액기부자 회원들에 감명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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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꾸준하게 이어지던 지역사회의 기부문화에까지 전파됐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소외된 이웃에게 닥친 매서운 겨울 추위를 시민들의 따스한 손길로 녹이는 '사랑의 온도' 캠페인 모금 기간과 목표액을 줄인 것도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장기화한 경기침체에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솔직히 말해 당황스러웠습니다."

올해 4월1일 취임한 심재선 제10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임기 첫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시점에서 밝힌 소회다. 심재선 인천공동모금회장이 전임 제9대 정명환 회장으로부터 모금회를 이끌어 달라고 제안받은 올 초만 해도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리라 상상도 못했다.

인천 물류업계에 40년 가까이 몸담은 기업인이자, 인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 지역 네트워크가 탄탄한 심재선 회장은 지역사회 기부문화의 중심축인 인천공동모금회장으로 적임자라 할 수 있다. 2011~2017년 인천공동모금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심 회장은 "회장 제안이 왔을 때 고민됐지만, 나눔문화 확산에 관심이 많고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중요해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며 "그런데 취임할 무렵부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경기마저 침체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기가 전보다 더욱 어려워진 데다가 모금을 제안하기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 모금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지난 10월부터 35일 동안 인천소방본부 등과 비대면 이벤트 기부 프로그램인 '119원의 기적 런(Run)'을 운영했다.

인터뷰 공감 심재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211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각자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골라서 마라톤 코스를 뛰어 자신의 기록을 측정해 인증하는 방식인데, 참가비 일부가 인천공동모금회로 전달됐다.

인천공동모금회는 119원의 기적 런을 통해 모인 기부금 1억6천200여만원으로 화재 피해 등 곤경에 처한 22가구를 도왔다. 프로그램 주제가 '119원의 기적'인 이유다. 지난 9월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용현동 화재 피해 형제의 가정에도 119원의 기적 런 모금액 중 일부가 의료비로 지원됐다.

심 회장은 "119원의 기적 런처럼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쉽고 편리하게 기부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생각하고 모금회 직원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며 "비대면 성금 전달식도 새롭게 도입해보려 하고, QR코드 기부 등 간편 결제 방식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심 회장은 이어 "SNS 등 뉴미디어를 통한 홍보로 시민들과의 소통 범위도 넓히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겨울에도 어김없이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 광장에 지역사회 기부문화를 가늠하는 척도인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총 62일 동안 '희망 2021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모금 목표액은 67억2천만원으로 사랑의 온도탑은 6천720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온도가 1℃씩 올라간다. 목표를 채우면 100℃를 돌파하게 된다.

15일 기준 인천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20.83℃로 하루 평균 1.4℃씩 오르고 있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심 회장은 "올해 사랑의 온도 모금 캠페인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캠페인 기간도, 모금 목표액도 지난해 모금실적의 85% 수준으로 줄였는데, 인천공동모금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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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심 회장은 물론 공동모금회 직원들도 시민들을 직접 만날 수 없고 행사도 진행할 수 없어 캠페인을 알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부자들을 만났다.

심 회장 취임 이후 인천지역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9명이 가입했고, 기업 기부 프로그램인 '나눔명문기업'에 기업 7곳이 동참했다. 올해에는 현재까지 220억원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배분했다.

심 회장은 '90년대생'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140호인 황지연(26) 와이비미디어 대표와 141호인 김한길(24) 오늘의운동 대표가 그들이다.

심 회장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20대 청년들을 만나보니 모두 스스로 사업을 일궈낸 사람들이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는 것이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이어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청년들도 아니고 오히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했다는데, 그때를 생각하면서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내가 청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강조했다.

심 회장은 2011년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5호로 가입하면서 인천공동모금회와 인연을 맺었다. 심 회장은 "당시 조건호 전 인천공동모금회장으로부터 권유를 받아 아너소사이어티는 물론 모금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2016년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3대 회장을 맡아 모금회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하나 둘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회 전반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수록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 회장은 "인천은 서울에 인접해서인지 영남이나 호남처럼 시민들의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며 "어려울수록 지역이 하나가 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각지대의 이웃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면 기부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고 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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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회장은 "모두 힘든 와중에도 수능을 치르기 며칠 전 수험생 어머님이 수험생 이름으로 20만원을 기부하고, 금연을 결심한 후 담뱃값을 모아 매월 정기기부를 통해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고, 어린이집 원생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저금통을 전했다"며 "이렇듯 평범하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선행이 지역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고 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심재선 회장은?

▲1956년 인천 출생

▲인천 송도고 졸업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공성운수(주) 대표이사

▲2006~현재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

▲2011 인천아너소사이어티 5호(전국 67호)

▲2011~2017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운영위원·부회장

▲2020~현재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법무부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부회장

▲인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부회장

▲물류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새얼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