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구원 강동준 연구위원1
강동준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서해·수도권 배후경제권 '공통점'
운영체계 달라 지속적 교류 필요

중국 '1성 1항만' 국가가 합병 주도
지역 기관·정부부처 고민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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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과 평택·당진항(이하 평택항)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부터 맞춰나가야 합니다."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강동준(사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서해안권(수도권·경인지역) 항만이 발전하려면 인천항과 평택항이 공동 목표를 가진 통합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항과 평택항은 황해와 맞닿아 있고, 수도권을 배후경제권역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벌크뿐 아니라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대상국도 비슷해 서로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두 항만 간 상생 발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현재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강 위원의 이야기다. 그는 "서로 경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능 및 역할을 분담하는 등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항과 평택항은 운영·관리 구조가 다르다. 인천항은 정부의 항만공사제도 도입에 따라 만들어진 인천항만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고 평택항은 경기도 조례로 설립한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도와 충남, 평택시와 당진시 등 다양한 기관이 관리·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인천항과 평택항은 운영·관리 및 체계가 달라 협력 관계 구축 등을 논의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항만 간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산업을 이끌어 온 지역 항만업계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인천항과 평택항의 운영 주체, 항만업계 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단계부터 협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항로 확보를 위한 공동 마케팅과 상생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펼치는 등 지속해서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천항과 평택항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강 연구위원의 이야기다.

그는 "인천항만공사와 평택항만공사가 지난해 체결한 상생 협력관계 구축 협약은 좋은 시작점"이라며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서로의 입장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 국제 경쟁력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천천히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항만을 보유한 중국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성(省) 1항만'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항만 간 합병을 주도하기도 했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닝보·저우산항이 대표적이다. 닝보와 저우산 등 두 항만의 합병은 중복 투자를 막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중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닝보·저우산항은 세계 3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인천항과 평택항의 상생 발전을 위해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강력한 중앙정부를 바탕으로 항만 간 합병을 추진하는 중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인천항과 평택항이 함께 발전해 환황해권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각 지역의 유관기관뿐 아니라 정부부처도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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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최규원차장, 배재흥, 김태양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