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문, 숭례문에도 안쓰인 목재기술 적용
정조가 심혈 기울여… 조선 개혁 위한 상징"
"'수원 화성(華城)'은 수원 문화의 시작점이고 종착점이다. 독자들에게 인문학의 관점에서 '수원화성'의 역사적 이야기를 보다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 시화집 '수원 華城의 숨결 시와 그림으로 빚다'를 출간한 김훈동(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사진) 시인은 "수원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고향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컸다. '수원 화성'을 빼놓으면 수원을 설명할 수 없어 이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김훈동 시인이 지난 1년간 총 100여 차례에 걸쳐 수원 화성 곳곳을 둘러보며 쓴 시와 시의 주제가 된 건축물을 화폭으로 옮긴 이성락 화가의 그림, 조선시대 22대 왕인 정조의 어록, 수원화성 배치도 등이 자세하게 담겼다.
아울러 이 책에는 수원화성 배치도에 나온 순서대로 총 58개의 건축물에 대한 세부 시설물의 명칭과 역할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그는 "그동안 나름 정조주의자로 통할만큼 정조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해 왔지만 건축물별 시설의 역할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며 "그러다 이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옛 문헌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인문학적 시각과 지식이 더욱 확장되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각 시설물을 시로 쓰고, 구간마다 정조의 어록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 "건물마다 담긴 긴 역사적 이야기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압축된 언어인 시로 읊어주고, 정조의 어록을 보다 널리 알리는 동시에 기록으로 보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 게재된 58편의 시 중 '장안문(長安門)'을 첫 페이지에 장식한 배경 또한 '수원화성'의 역사적 이야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장안문'은 국보 제1호인 숭례문에도 쓰이지 않은 목재기술이 적용될 정도로 정조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지은 건축물이며 조선 개혁을 위한 상징의 시작과 같다. 정조와 백성들이 하나 돼 이룬 역사적 대업인 만큼 이 시로 '수원 화성'의 역사적 이야기의 포문을 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성곽문화의 백미(白眉)며 동서양의 발달된 과학적 특징을 통합한 18세기 대표적 동양성곽"이라며 "비록 성곽이 우리 일상과는 동떨어진 공간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많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매개체이자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초월한 기록 문학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