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보편으로 확장되지 못한 채 개인사의 범주에 머무르고 만다. 신춘문예는 신인들의 등용문인 만큼 선별기준을 주제의식이라든가 형식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움에 둘 수밖에 없다.
심사자들은 먼저 동시대와 호흡하는 한편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합의하였다. 각 심사자는 예심에서 응모작을 절반씩 나누어 읽은 뒤 열 편 내외의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본심에서는 스무 편 가량의 진출작을 두고 논의를 펼쳤다.
'은유와 고조'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문장이 내공을 드러낸다. 특히 살아있는 여우에게서 가죽을 벗겨내는 장면의 묘사가 퍽 강렬하다. 이러한 강렬함은 작품의 구조와 맞물리면서 그 의미가 배가된다.
한 편에는 반려견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병상에 누운 혼수상태의 친구가 있다. 이성 없는 대상을 둘러싼 인간의 사고 및 행위의 문제를 따져 묻는 주제의식이 표현과 구조의 통일 속에서 성공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파랑'은 분위기를 만드는 힘이 돋보였다. 찬찬한 흐름 속에서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이 어떻게 존재 의미를 뒤흔들게 되는가가 설득력 있게 펼쳐졌다.
열악한 노동 현실과 현실 종교의 상황을 결부시키고 있는 '그래도 해피 크리스마스'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적절하게 포착하였으나, 펼쳐놓은 문제들을 모두 다 수습해 내지 못하였다는 느낌을 남겼다.
'재연과 재연과 재연의 사이'는 욕망의 복제 양상을 발랄하게 풀어나가는 문장이 강점인 반면, 중반 이후의 전개가 다소 작위적으로 흘러 아쉬움이 남았다.
'은유와 고조'와 '파랑'을 두고 최종 논의를 거친 뒤, 당선작으로 전지호(필명)의 '은유와 고조'를 선정하였다. 전지호씨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김별아 소설가, 홍기돈 문학평론가(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