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학년때 선수 뽑혀 육상입문
단→중장거리 종목변경 일취월장
회장기육상 3관왕 달성등 '존재감'
추계중고육상도 800m 금·400m은
조 감독 "심폐기능·정신력 뛰어나"
스포츠 기초 종목인 육상은 단거리와 중거리, 장거리로 나뉜다. 단거리는 100·200·400m 등 순간적으로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경기지만, 중거리는 800·1천500m의 심폐지구력을 요구하는 종목과 장거리인 마라톤처럼 42.195㎞를 뛰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종목도 있다.
물론 단거리와 중·장거리 선수의 근력은 차이가 있다. 단거리 선수의 경우 짧은 시간에 빠른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상·하체 모두 고르게 큰 근육량을 나타낸다. 반면 중·장거리 선수는 우람한 근육보다 탄탄한 체격을 보이고 마라톤 선수의 경우에는 왜소하기까지 하다.
근육의 질도 다르다. 대개 근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지근(붉은색을 보여 적근이라고도 함)과 속근(흰색을 보여 백근이라고도 함)이다.
두 근육을 연축반응(자극을 주었을 때 발휘되는 힘)을 했을 때 지근은 속근보다 느리게 반응한다. 또 지근은 신경세포의 크기가 작지만 속근은 크다. 이에 지근은 중·장거리 선수에 적합하고 속근은 단거리 선수에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육상 중거리 기대주 한태건(용인중3)도 지근에 가까운 선수다. 그는 어릴 적 단거리 선수로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용인중에 입학 후 지도자의 권유로 중장거리 선수로 종목을 바꾸면서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회장기육상대회 800m, 1천500m, 1천600m계주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3관왕을 달성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태건은 용마초 4학년 때 용인시육상대회 학교 선발에 뽑혀 단거리 선수로 입문했다. 당시 달리는 것이 좋아 무작정 시작했지만 단거리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는 "처음에는 성적보다 달리는 것이 좋아 뛰었는데 막상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중장거리 선수로 종목을 변환하면서 장점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한태건은 종목 변화 후 800m 경기도대표 1위, 1학년부 전체 전국대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올해 3월 경기체고에 입학하는 한태건은 신장 170㎝에 몸무게 58㎏으로 중거리 선수로 적합하다. 중학교 시절 꿈나무대표선수로 뽑혔고 현재는 청소년대표로 발탁됐다.
조현민 용인중 감독은 "한태건은 신체적 조건을 봤을 때 심폐기능이 뛰어나 중·장거리 선수로 적합했다"며 "성실한 자세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정신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한태건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발가락 골절에도 불구하고 800m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올렸다. 종목이 바뀌면서 전국대회도 휩쓸었다.
2019 한국전력배 전국중고등학교 중장거리육상경기대회(2019년 8월) 800m에서 우승한 그는 지난해 회장배 제18회 전국중고육상경기선수권대회(7월) 800m에서 1위, 400m에서 2위를 차지했다. 또 제49회 추계전국중고육상경기대회(8월)에서도 800m 금메달, 400m 은메달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태건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6개월가량 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8월 전국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기뻤다. 다만 기록 달성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한태건의 목표는 800m 한국신기록을 깨고 국가대표에 발탁돼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현재 한국신기록 보유자는 지난 1994년 6월17일 이진일(당시 경희대) 원주시청 감독이 세운 1분44초14다.
한태건은 "아직 한국신기록과는 거리가 멀지만 체력과 체격이 좋아지고 있어 목표로 정했다"면서 "묵은 기록을 깨고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요즘 중·장거리 선수들은 막판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태건은 어릴 적 단거리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스피드의 기본 조건을 갖췄다. 고등학교 선배들과 실력을 겨뤄도 밀리지 않는다. 한국신기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