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선별적 복지면 충분하다"
도내 15곳 중에서 유일하게 부결
"사춘기 여학생 잘 이해 못했다"
"사회구성원 재생산 차원 접근"
경기여성연대 등 비판 목소리
과천시의회가 특정 연령의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보편 지급하는 예산을 '선심성'이란 이유로 전액 삭감, 논란이 일고 있다. 보편 지급조례를 도입, 시행키로 한 경기도내 15개 지자체 중 집행부가 예산을 세웠는데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곳은 과천이 유일하다.
7일 과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진행된 2021년 예산 및 조례 심의에서 과천시 교육청소년과가 요구한 '여성청소년 보편 생리용품 지원사업' 3억2천43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가 보편 지급을 위한 신규 조례 제정을 부결하면서 예산이 자동 전액 삭감된 것.
현재 생리용품은 저소득층(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의 만 11~18세 여성청소년 52명에게만 지급하고 있다. 시는 이것을 동일한 연령의 모든 여성청소년(2천400여명)에게 지급하고자 했지만 의회는 '선별적' 복지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심의 과정에서 고금란 부의장은 "다분히 선심성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저소득층 지원으로) 정책의 기본 취지는 이미 달성됐다. 그외로 지급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현석 의원은 "한번 지급하면 사업을 일몰시키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특히 도비 사업의 경우 향후 지원이 끊기는 일이 많은 데다 과천 인구가 늘어나는 부분이 감안되지 않아 시가 감당해야 하는 예산 증가가 두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회의 결정에 대해 사춘기 여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은지 과천 문원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여학생들 입장에서 생활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필품 지급을 선심성이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모든 여학생들에게 생리용품을 배부해 대상 학생들이 수치심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선별적 지원 대상자 52명 중 20명은 생리용품용 바우처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웃한 안양시 역시 대상자 662명 중 100여명은 정부 바우처 사용을 꺼린다고 전했다. 경기여성연대 측은 선별적 지급의 경우 도내 대상자의 70~80%만 받는 등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희영 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은 "생리는 여성으로 태어나면 겪는 것으로 선택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예산에 대한 걱정은 이해하지만 여성의 권리와 사회구성원 재생산 차원에서 접근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생리용품 지급사업은 경기도가 추진한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도비 30%를 지원하고 각 시·군이 예산 70%를 확보해 여성 청소년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광주 등 14개 지자체가 보편지급을 도입한 반면 안양 등 17개 지자체는 선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정·남국성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