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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탁구 유망주로 급부상한 유예린이 전국대회에서 자신의 장기인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운동신경 눈여겨본 父 판단으로
'국내 랭킹 1위' 다수대회 정상
스텝 감각·빠른 백핸드로 무장
중·고교생에 기술 밀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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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탁구는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탁구는 중국이 최강이다. 현재까지 올림픽 종목 중 탁구에서만 총 32개의 금메달이 나왔는데 중국이 28개를 가져갔다. 나머지 4개의 금메달은 한국이 3개(1988 남자 단식 유남규, 1988 여자 복식 양영자-현정화, 2004년 남자 단식 유승민), 스웨덴이 1개(1992 남자 단식 얀 오베 발트너)로 중국의 벽을 넘었다.

남자 탁구는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탁구단 감독 이후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명맥을 유지했지만 여자는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이후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행히 신유빈(대한항공)이 청명중을 졸업한 후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역대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에 뽑혀 미래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탁구계에 샛별이 등장했다. 탁구 기대주는 유남규 감독의 외동딸인 유예린(수원 청명초 졸업)이다. 올해 청명중에 입학하는 유예린은 처음에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 공부를 했지만, 운동신경과 재능이 뛰어나 청명초 1학년 때 탁구에 입문했다. 탁구 선수가 되기까지 아버지의 판단도 한몫했다.

유 감독은 "아내의 반대로 처음에는 예린이가 어릴 적부터 디자인 공부를 했다"면서 "하지만 예린이가 스포츠를 좋아하고 운동 신경이 뛰어난 것을 발견했다.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탁구 라켓을 잡게 됐다"고 전했다.

유예린은 축구를 통해 스포츠를 시작했지만, 유 감독은 어느 날 고무줄에 탁구공을 매달아 움직이게 했고 유예린이 탁구라켓으로 공을 잘 맞히자 탁구를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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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탁구 유망주로 급부상한 유예린이 우승한 뒤 부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유남규 감독 제공

유예린의 장점은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학습능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탁구의 경우 유망주들은 4~5세 때 입문해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꾸준한 노력과 근성이 필요하다.

유예린은 뒤늦게 탁구에 입문했지만 이내 먼저 시작한 선수들을 따라잡았다. 2학년 시절 동기 선수들을 이기며 단숨에 유망주로 떠오른 유예린은 그해 전국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5학년 시절인 지난 2019년에는 교보생명배전국대회 학년별 개인전 우승에 이어 전국회장기대회 학년별 개인전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우려에도 삼성생명우수초청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국내 랭킹 1위 다운 면모를 보였다. 유예린의 급성장으로 대한탁구협회는 청소년카뎃대표선수로 그를 뽑았다.

유예린의 장점은 스텝 감각이 좋다는 것이다. 탁구는 상체보다 하체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유예린의 경우 하체 스텝이 빠르고 간결하다. 오른쪽 셰이크핸드형인 유예린은 하체 균형으로 한 박자 빠른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할 능력을 갖췄고, 공의 회전율까지 높아 상대를 당황하게 한다.

유예린의 기술은 중·고등학교 선배들이랑 경기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게 지도자들의 얘기다.

유예린의 목표는 아버지를 따라잡는 것이다. 유 감독은 중학교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88서울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유예린도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에 선발돼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유예린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가 취소돼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훈련장이 폐쇄돼 훈련하기도 힘들었다"면서 "요즘은 개인훈련과 체력훈련을 통해 탁구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빠처럼 훌륭한 탁구 선수가 되고 싶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며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