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영향… 북극 해빙면적 역대 최저
제트기류 약화로 '장벽' 무너져 한파 남하
"식량·질병·수자원 등 다양한 문제 가능성"
인천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 연속 최저기온 영하 10℃ 이하를 기록했다. 인천에서 1월 하루 최저기온이 5일 연속 영하 10℃ 이하를 기록된 건 2000년대 들어 단 3번뿐이다. 수원은 이달 중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를 기록한 날짜 수가 11일로, 2013년(12일)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런 강력한 한파는 앞으로 더욱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추위는 물론, 역대급 장마와 폭염 등 우리가 경험했던 기후위기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경고음은 우리의 삶과 무관할 것 같은 극지에서 출발한다. 한반도에서 약 4천㎞ 떨어진 '북극'의 환경 변화는 이번 이상 한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9월 초순 북극 해빙(海氷) 면적은 역대 2번째로 적었다. 보통 이 시기 북극 해빙 면적이 1년 중 가장 적은데, 그중에서도 '역대급'으로 적었던 것이다. 이달 초 북극 해빙 면적은 1천300만㎢ 규모를 나타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평균치에서 15% 적은 면적이다.
북극 해빙이 예년보다 늦게 얼고, 상대적으로 덜 언 셈이다.
북극 해빙이 늦게 얼게 되면 늦어진 시간만큼 북극 인근 바다의 수증기와 열이 대기로 방출돼 대기 기압을 높이고, 성층권내 기압의 변화와 온도 상승을 일으킨다. 이른바 '성층권 돌연 승온' 현상이다.
이 현상은 북극 주변의 '제트기류'(북극 소용돌이)를 약하게 한다. 이 제트기류는 북극발 한파를 막아주는 장벽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장벽이 무너지면서 한파가 남하하게 됐고 결국 한반도까지 내려온 것이다.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주된 요인이다.
지구 온난화는 남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남극 빙하는 2007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연평균 감소량은 2007년 이후 1천940억t규모다.
1992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평균 감소량 470억t에 비해 4배 이상 빨라졌다. 빙하로 인해 차가워진 바닷물은 적도 부근 바다(열대수렴대)의 따뜻한 물을 더욱 북쪽으로 밀어 올리게 된다.
극지연구소, 포스텍 국종성 교수 연구팀, 독일 게오마르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이 1만7천㎞ 떨어진 동아시아의 온도를 0.2℃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극지의 환경 변화가 전 세계적 기후변화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인천 앞바다에선 충남 이남 바다에서 잡히던 물고기가 잡히고, 경기도에선 열대작물인 파파야가 시험 재배 중인 상황은 기후변화를 피부로 실감하게 한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우선 기상 상황이 나빠지지만 이로 인해 농·수산 등 식량 위기는 물론, 질병, 수자원 확보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했다.
환경위기에 따른 위험도가 커질수록 12시에 가까워지는 '환경위기 시각'은 '오후 9시47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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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 이현준차장, 배재흥기자
사진 : 임열수부장, 조재현기자
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