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강경남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들이 원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해 지자체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1.2.1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지자체 첫 장애인자립생활주택 계획
광역 이동권 보장 천막농성 등 동참
투표 여건·점자 보도개선도 힘 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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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 일하려면 기다림의 미학을 알아야 합니다."

강경남(50)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 사무국장은 일반인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으로 기다림을 꼽았다. 센터 창립 초창기 멤버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은 장애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옹호자이자 대리자라고 설명했다.

강 사무국장이 중증장애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이었다. 처우 좋은 기관의 선임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었던 그에게 장애인 운동을 하는 한 선배가 "경기도청 앞에서 장애인들이 죽어간다"며 도움을 청했다.

며칠을 고민하다 장애인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청 앞을 찾았다.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중증장애인들이 천막에서 농성하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그들과 함께 농성에 동참했다.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요구하는 중증장애인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을 참고 그렇게 78일간의 농성을 이어갔고, 당시 김문수 도지사는 마침내 '제도화'를 약속했다.

약속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던 날 농성에 참여했던 한 중증장애인이 집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강 사무국장은 "힘들게 농성하고 약속을 받고 혜택을 받게 됐지만 그분은 혜택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웠던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강 사무국장은 2년여간 월급도 없이 그들과 함께 장애인들의 권리 찾기에 동참해 왔으나 2009년 노인 관련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잠시 외도(?)를 했다.

하지만 2010년 오산에서 중증장애인센터를 만들고 싶다며 오산지역 장애인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처음에는 거절하다 다시 그들의 손을 잡았다.

강 사무국장은 지자체 복지 차량이 시·군을 넘지 못해 불편을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장애인 광역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또다시 경기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동참했고, 약속을 받아냈다.

이 외에도 사전투표소 모니터링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개선, 육교 엘리베이터와 잘못된 점자 보도 개선 등 중증장애인들의 권리 찾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는 지자체 최초로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을 위탁·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강 사무국장은 "시설에서 30년 넘게 살던 장애인이 자립생활주택에서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위험하기 때문에 다시 시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어깨가 무겁다. (지자체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에 과도기가 있겠지만 중증장애인들이 원하는 자유 그리고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해 지자체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