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이순구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 살며 10년 넘게 매일 5~6번씩 '쓰레기 줍기'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순구씨. 그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분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자기 집 앞이라도 쓰레기를 줍는 주민들이 되면 좋겠다"며 "수고하신다는 말 한마디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2021.2.15 /용인시 제공

10여년째 공동체 궂은 일 솔선수범
은퇴 후에 여가 대신 봉사를 생활화
개인주의 시대 이해와 배려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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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버린 이웃을 탓하기보다 제가 한 번 더 돌아보고 주우면 되죠.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상도 받고 인터뷰까지 하게 돼 기분이 이상하네요. 마땅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 주민 이순구(63)씨. 30년 전 용인에 터를 잡고 살아온 전업주부 이씨는 은퇴 후 다른 친구들처럼 여가를 즐길 수 있었지만 봉사로 여가를 대신하고 있다.

"쓰레기를 버린 이웃을 탓하기보다 제가 한 번 더 돌아보면 된다"고 말하는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5~6번씩 쓰레기를 줍는다.

출근하기 전 새벽에 눈앞에 보이는 담배꽁초,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오랜 시간 궂은일에 솔선수범해온 이씨는 지난해 12월 주민들 추천으로 모범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이 "돈 받고 하시는 일이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는 그는 힘든 일을 왜 하느냐는 이웃의 말에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수고하신다"는 말 한마디에 힘이 난다고 했다.

당뇨가 있어 가족들이 만류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족들의 격려가 힘이 되기도 한다. 이씨의 아들은 "어머니는 봉사중독"이라면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이제는 온 가족이 마을 공동체를 위해 하루 종일 골목을 쓸고 닦는 이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큰 도로들은 미화원분들이 치워주고 계시지만 차량이 들어오기 힘든 좁은 골목길은 누군가 직접 해야 해요. 단순하게 민원 넣고 치워달라고 기다리기보다 내가 힘들어도 이웃들이 쾌적한 길을 다닐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분리수거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음식물쓰레기와 쓰레기를 섞어 밖에다 몰래 두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나의 이웃이란 생각으로 치워준다. 최근에는 범위를 넓혀 경안천에 버려진 음식물과 맥주캔 등을 줍는 활동도 시작했다.

자발적인 정화활동과 더불어 어르신들에게 김치를 담가주는 나눔까지 앞장서는 이씨는 우리가 쾌적한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것은 환경미화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시는 분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자기 집 앞이라도 쓰레기를 줍는 주민들이 되면 좋겠다"는 그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 진정한 '이해'와 '배려'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용인/박승용기자 p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