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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국회 앞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동학대는 체벌을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발생한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학대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선 부모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계모 사건' 인생의 전환점… 친모에 탄원서 작성 부탁받고 '관심'
정인이 사건 맡은 법원과 검찰청에 '근조화환' 입양모 살인죄 적용 목소리
신고시 즉시 조사·아동학대살해죄·어린이집 CCTV 의무화 등 변화 앞장
초교때부터 교육 강조… '아동은 부모 소유물 아닌 인격체' 인식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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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기름과 옥수수가루로 연명한다. 지하실로 들어오는 빛은 한 줌뿐. 그 누구도 아이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다. 뉘인 몸을 일으키라는 어른의 발길질이 아이에게 허락된 유일한 스킨십이다.

아이를 돕지 않는 것이 SF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오멜라스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행복을 위한 계약 조건이었다.

아이의 불행을 직시한 소설 속 사람들의 선택지는 둘로 나뉜다. 오멜라스를 떠나거나 아이를 외면한 채 오멜라스에 남는 것이다. 현실은 소설과 달랐다. 불행한 아동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며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었다. 국회 간담회 참석차 경남 창원에서 온 공혜정(53)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를 2일 오후에 만났다.

■삶을 바꾼 울산 계모 사건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였던 공 대표는 오멜라스를 떠나지 않고 '지하실의 아이'를 주목하게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삶을 바꾼 계기는 2013년 울산 울주군 계모 사건이었다. 피해 아동의 친모와 친분이 있었다. 탄원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울산 계모 사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사건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엔 시민 모임으로 시작했다. 모임의 이름은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이었다. 온라인 시민 모임은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까지 아우르는 단체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로 나아갔다.

공 대표는 "울산 계모 사건 당시 들었던 의문이 한 번에 죽이면 살인죄로 높게 처벌을 받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끔찍하게 학대한 결과로 아동이 사망하게 되면 치사죄로 처벌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울산 계모에게 법정최고형을 선고하고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끝에 살인죄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 계모 사건은 애초에 상해치사 사건이었다. 아동의 학대 사망 사건을 다루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 대표는 국회를 찾아가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달라고 의원들에게 요구했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놓은 법이 있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었다.

회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회원들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화 폭탄 민원을 넣고 1인 시위를 했다. 그 결과 26일 만에 기적처럼 아동학대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 대표는 "2013년 12월5일 처음 국회를 찾아갔다. 학대 아동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자는 법인데, 이 법을 반대하면 의원들이 그야말로 '역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0'순위로 법사위에서 의결했고, 2013년의 마지막 날 오후 10시30분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고 했다. 활동 초기 이뤄낸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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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세상을 떠났다'

정인이 사건도 공 대표가 이끄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주목을 받게 했다. 협회 회원들의 활동이 사회의 책임을 들불처럼 키웠다.

회원들은 정인이 사건의 양부모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남부지법 주변에 근조화환 150개와 바람개비 100개를 설치했다. 화환 리본에는 '정인이의 미소를 빼앗아간 악마들을 살인죄로 처벌하라', '천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악마가 세상에 남았다' 등의 문구를 담았다.

공 대표는 "정인이 사건을 수사기관이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했을 때부터 나서서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면서 검찰청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했다"며 "전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검찰과 면담을 한 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전해줬다. 이후 정인이 입양모에 대한 살인죄로 죄명을 적용하는 첫 번째 발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도 반응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등 내용을 담은 정인이법이 마련됐다. 여기에 용인 초등생 학대 사망 사건 등 잔혹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이어지자 아동학대살해죄도 신설됐다.

이보다 앞서 협회는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 조항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이후 수많은 보육기관의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에 드러났고,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이끌어냈다.

■부모교육의 의무화

공 대표는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미에서 예방활동과 예방교육, 학대피해 아동 지원, 아동학대 대물림 끊기 등 법 제도 개선 운동을 지속 전개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가해부모들이 과거 학대 피해자인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씻어내지 못한 채 자녀에게 학대를 대물림한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체벌을 하고 때려야 아이가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중에서도 과거 학대 피해를 입은 부모들이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서 학대를 아이에게 대물림한다. 학대 가해 부모도 학대 피해의 기억을 깨고 나와 올바른 부모의 역할모델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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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부모에겐 심리치료, 정신상담 등 각 분야의 자격증을 가졌거나 임상 실험 사례가 많은 전문가들이 그림책 테라피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부모교육을 예비군이나 민방위훈련처럼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공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부모교육은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이뤄지는데, 의무나 강제가 아니라서 부모교육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은 원래 좋은 부모고 나쁜 부모는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아동양육 수당을 줄 때에 월령별 발달 단계에 따라 부모교육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한다면 부모교육 자체가 일상화돼 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모가 된 이후에 부모교육을 하면 늦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하는 것처럼 이때부터 부모교육을 하고 아동 자신에 대한 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동은 결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을 갖춘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시스템'

정인이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가 3번 있었지만, 학대 정황을 조기 발굴하기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등재돼 있지 않았다.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영유아 건강검진과 만 3세에 전수조사에도 사각지대는 여전했다.

공 대표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 불시에 의료진을 대동해 찾아가 대면 확인을 해야 한다"며 "시스템은 있으나 구체적인 매뉴얼이 아쉽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 공감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1

공 대표는 아동학대 범죄자의 신상공개도 찬성하고 있다. 공 대표는 "국민은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금을 내고 있으며 아동도 역시 국민"이라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용인 초등생 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 이모 부부의 자녀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도 의원 전원 반대 의견으로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 대표는 "강력범죄자들이 비혼자거나 미혼이면 공개해도 되고 아이를 가진 부모라고 해서 공개해선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기준"이라며 "잔인하게 아동을 무시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공 대표는 마지막으로 "그 어떤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폭언을 하거나 때리는 것은 훈육이 아닌 학대"라며 "아동학대 사건의 양형기준도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에서 강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글/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