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박사님 1
한국양서파충류학회 학회장인 이상철 박사가 "서식환경의 변화는 생태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화성습지라는 자산은 개발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021.3.3 /화성시 제공

멸종위기 1급… 세계 유일 국내 서식
화성습지 전역 대상 분포 파악 필요
군 공항 이전 반대 여론 계기 되기도

"화성습지는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은 생태계 자산입니다."

지난해 10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원청개구리가 화성시 화옹지구에서 발견돼 학계 등을 놀라게 했다.

수원청개구리는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수원 지역을 대표하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수원시 지명이 들어가는 국내 유일한 종이다. 수원청개구리는 2012년 양서류 최초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모습만으론 전문가조차 청개구리와 구별하기 어렵지만 울음소리와 배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된 화옹지구는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이기도 한데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화성시민들의 여론을 더욱 뜨겁게 달군 계기도 됐다.

화옹지구에서 수원청개구리 서식 환경을 처음으로 확인해 준 사람은 인천대학교 생물자원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한국양서파충류학회 학회장인 이상철 박사다.

20여 년 동안 양서파충류를 연구해 온 이 박사는 울음소리만 들어도 종의 판별이 가능한 베테랑 현장 연구자다.

이 박사는 "(화성습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촬영 자문을 위해 탐사를 했는데 희귀종 발견을 희망했다. 금개구리나 맹꽁이 등은 발견했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보이지 않아 포기 직전까지 갔다"며 "마지막 내레이션 촬영에서 청개구리인 줄 알고 집어 올린 게 수원청개구리였다. 너무 뜻밖이라 놀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박사는 양서파충류에 대한 어릴 적 호기심이 발전해 연구자가 된 케이스다. 개구리를 잡으러 땅바닥을 뒤지고 엄마 몰래 도마뱀을 집에서 키운 게 그의 유년 시절이다.

그는 "물에서만 살다가 땅이라는 공간에 도전해 처음 성공한 게 양서류다. 위대한 도전으로 진화에 성공한 경우"라며 "우리나라는 상당히 멋진 생물지리학적 분포를 가지고 있다. 백두대간을 경계로 중국과 러시아의 양서파충류가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수원청개구리는 발견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할 수 있는 생물 지표종이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위기종이 된 것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화성습지 전역을 대상으로 수원청개구리 서식 분포를 파악해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들은 어떤 공간을 볼 때 '어떻게 이용할까'만 주로 생각한다"며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은 사실 그곳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화성습지 주변 개발 논란과 관련해서는 "서식환경의 변화는 생태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화성습지라는 자산은 개발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화성/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