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의심할 시기는 지났다"며 "만족할만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유일한 수단은 백신밖에 없다. 모두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적으로 유행 탓… 비교대상 충분히 확보하기 쉬워 개발 시간도 단축
美 수천만-英 1천만 도즈 넘어… 임상시험의 몇백배 이르는 접종 '안전성 확보'
몸살 경증 1~2일후 사라지고 중증 '아나필락시스' 화이자 10만명당 1명 일반적
허약·고령자엔 치명적 질병… 사회적 약자 향한 공동체의식 확인하는 계기를


2021030901000379300018067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요즘 그가 일하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스타'로 통한다. 각종 매체의 인터뷰와 기고, 방송출연 등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지난 5일에도 방송 인터뷰가 3건, 출연이 1건 잡혀있었다. 기자들의 전화는 하루에 70여통을 받는다. 모두 잠자는 시간을 줄이거나 점심을 대충 때우는 등 자기 시간을 쪼개서 활동하는 '가욋일'이다.

그는 "일반 시민들의 오해에서 오는 불안감이 없도록 감염병과 관련한 의료 현안을 쉽게 설명해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몸은 힘들지만, 도움이 됐다는 분들이 많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

그가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신의 SNS에 해외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의료 현안을 정리하는 등의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독감백신 사태가 터진 이후였다.

당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과 독감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분명 다르다며 그가 알기 쉽게 정리한 설명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며 국민적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훈 교수를 만나 백신 이야기를 들었다.

■ 백신 불안감 부추기는 보도 아쉬워

온 국민이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시기에 "백신을 접종한 환자가 사망했다"는 식의 백신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막연한 불안감을 높이는 언론보도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특히 이런 보도로 인해 확산하는 사회적 불안감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압도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 누가 백신을 접종한 뒤 이틀이 지나 사망했다고 하면, 마치 사실처럼 들리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10~20분이면 쓸 수 있는 기사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려면 그보다 수십배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은 전문가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2021030901000379300018066

정 교수는 "이제 백신을 의심할 시기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너무 빨리 개발됐다고 안전성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기 때문에 백신 개발도 빠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이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특정 집단에 감염병 예방접종을 실시해 예방접종을 실시한 집단과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하고, 또 감염병에도 노출되도록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백신 시험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

하지만 광범위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교 대상을 충분히 확보하기 쉬웠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백신 접종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늦게 시작해 다른 나라의 접종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한 기회였다. 지금 미국·영국·이스라엘 등은 백신과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영국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를, 이스라엘은 화이자 위주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백신의 임상 시험 규모는 3만~4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숫자만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임상 규모다.

하지만 미국의 접종량은 수천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를 넘겼고, 영국도 1천만 도즈를 넘어섰다. 이스라엘도 이미 500만 도즈를 넘겼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

그는 "임상시험의 몇 백배에 이르는 접종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보면 백신이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안전성 또한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백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백신 안전성 신뢰할 만한 수준

그는 "현재 사용하는 백신에서 주의할 만한 부작용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안전성 문제는 해소됐다"면서 "저도 백신 접종을 할 것이고, 내 가족과 부모님께도 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말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얘기는 곧 부작용에 대한 얘기인데, 부작용은 단기 부작용과 장기 부작용으로 구분해 살필 수 있다. 지금의 백신은 사실상 1회용으로 면역력을 생성하고 사라지는 역할을 한다. 만성질환이나 장기 부작용은 드물고 확률도 낮고, 인과관계에 대한 평가도 어렵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

단기 부작용은 경증과 중증으로 살필 수 있는데, 접종 부위가 아프다거나 붓거나 빨개지고 몸살 기운이 오는 등의 가벼운 경증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이는 백신이 병에 감염된 것처럼 우리 몸을 속여서 면역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1~2일에 사라져 심각한 것이 아니다.

중증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우리 몸에 외부물질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아나필락시스'인데 화이자를 예로 들면 10만명당 1명 정도로 일반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 1년 더 버텨야


그는 "정부나 전문가 집단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2주만 참아주세요'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줬는데, 결과적으로 모두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 잘못된 선택이었다"면서 "코로나19는 앞으로 1년은 더 지속할 것이고, 언제든 다시 확산하고, 사망자도 생길 것이다.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1년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꼭 백신을 맞고, 1년만 더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냥 감기처럼 코로나19의 위험성이나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약한 사람이나 할머니·할아버지에게는 너무 치명적인 질병"이라며 "나는 괜찮겠지 하지 말고, 모두가 백신을 맞아달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111

그는 백신을 맞는 일을 우리 사회의 연대의식을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시험하는 시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코로나19를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사회 문제들이 굉장히 많이 노출됐다. 극단적인 종교세력, 극단적인 정치활동,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성(性) 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감염병을 통해 존재를 알렸다"면서 "감염병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했다.

그는 남은 1년을 "우리 사회가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준비가 얼마만큼 되어 있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정재훈 교수는?

▲ 1984년 대구 출생

▲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교수

▲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G-ABC) 센터장

▲ 인천광역시 민간역학조사관

▲ 인천광역시 민관합동 신속대응팀 팀장

▲ 국민건강보험공단 비상근 전문위원 -한국역학회 코로나대응위원회 위원

▲ 전 국방부 중앙역학조사반 반장

▲ 전 국군의무사령부 예방의학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