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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高 85% 연구·선도학교 운영 '내년 예외없이'
전국 모든 고교 시행되는 2025년 공통과목까지 적용
절대평가 바탕 '6등급 성취평가' 책임교육 강화 목적
학생 직접 골라 심도있게 배워… 대입에 긍정적 영향
더 많은 교실 필요… 다양한 과목 순회전담교사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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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교육의 최대 화두는 고교학점제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대한민국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로 교육과정을 전환한다.

고교학점제를 쉽게 이해하려면 '대학 교육과정'을 떠올리면 된다. 학생이 공부하고자 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하고 학점을 취득하는, 대학 교육과정을 고교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배경에는 온라인을 통해 수만 가지 정보가 넘쳐나고 불확실성이 강한 미래시대에 과연 주어진 내용을 습득하는 기존 교육방식이 적합한가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됐다.

누가 더 많이 정확하게 외운 것을 풀어내기보다, 적성에 맞게 능동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것이 4차산업시대에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180도 달라지는 고교 교육과정은 곧장 대학입시와도 연결된다. 학교생활기록부, 내신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으로 대표되는 현행 대학입시 체제에서 과연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고교학점제가 안착할 수 있을지 아직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교학점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의문을 품고 있다.

# 전국은 2025년, 경기도는 2022년부터 시행?

고교학점제는 전국 모든 고교에 2025년부터 전격 도입된다. 즉 2025년이 되면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로 통일돼 운영된다.

그간 경기도는 3년 앞서 2022년인 내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격 시행하겠다고 밝혀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경기도는 내년부터 도내 모든 고등학교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시범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를 기준으로 도내 고교의 85%가 고교학점제 연구 및 선도학교로 운영 중에 있어 사실상 경기도는 고교학점제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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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갈매고 국어 교실 시간표. /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 연구·선도학교의 운영방식은 대입과 연결된 공통과목을 제외한 일반선택·진로과목 등을 위주로 진행한다. 공통과목까지 적용되는 것은 2025년부터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광명지역 학교는 '상담심리, 심리학' '연극의 이해, 문예창작 입문' 등이 개설됐고 군포의왕 지역에는 '빅데이터분석, 프로그래밍'이, 안양과천 지역은 '국제관계와 국제기구' '국제경제' 등이 학생 수요조사를 통해 신규 개설됐다.

내년부터 경기도 모든 고교는 학생의 수요를 조사하고 이에 따라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정 편성, 수강신청, 교실, 수업운영 등의 단계까지는 현재 연구학교 수준에선 상당부분 진척돼 있다. 다만 평가방식과 졸업조건 등을 구성하는데 법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이를 2025년까지 교육부와 연구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교학점제는 절대평가 기반의 성취평가제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로 평가는 어떻게 변화할까.

고교학점제는 '성취평가제'로 평가한다. 현재까지 논의 중인 성취평가제는 '절대평가'가 그 바탕에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에 발표한 성취평가제 구조를 봐도 'A B C D E I' 6등급으로 분류했고 등급별 수준에 따라 나뉜다. 여기에 성취평가제는 교육과정마다 정해진 '성취수준'을 도달했는지 여부를 포함하겠다는 게 특이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취수준은 해당 과목에 있어 학생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학습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고교학점제의 구조상 절대평가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 수요에 따라 과목이 개설되고 과목당 학생 수, 학생 편차가 상이한 만큼 지금 같은 석차등급 위주의 상대평가로는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교육부도 수강인원 등에 따라 등급의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학생 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고교학점제에 맞는 성적산출방식을 연구하고 있고 2028학년도 미래형 수능 및 대입방향도 새롭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성취평가로의 변화는 고교학점제가 추구하는 '책임교육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목표한 성취수준에 충분히 도달했다고 평가받아야 '과목 이수'를 인정받을 수 있고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받으면 '미이수'를 받아 별도의 보충교육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한다.

이미 시행 중인 연구·선도학교들은 보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방학 중에도 미이수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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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기존 고교 교육과정과 다른 점인데, 기존에는 학생의 성취도와 상관없이 고교 3년을 보내도 졸업을 할 수 있었지만,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학점기준이 있고 이를 모두 성취해야 졸업요건을 달성해 졸업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꾸준히 제기됐던 기초학력 부진, 누적된 학습결손 등 교과 학습에 대한 적절한 질 관리 요구가 있었다"며 "기존처럼 출석일수로 졸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해야 졸업을 인정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고 책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고교를 졸업한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등교육을 이수했다는 증명이 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입시의 변화를 이끌어낼까


지난달 고교학점제 2025년 본격 도입을 선언하며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대입제도와 연결하는 방안을 앞으로 연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신학기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가 성공해야만 대학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와 대학입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가 시행 중인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비롯해 교육과정 클러스터 등의 공동교육과정 등을 통해 학생의 심화된 학업성취도들이 학교생활기록부 등에 상세히 기재됐고 실제로 대입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직접 골라 배운 과목을 심도있게 배운다는 것 자체가 학생부 생활이력에 자세히 기록될 것이고 이는 학생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이제 고교에서 '이렇게 학생을 잘 가르쳤으니, 대학의 다양한 학과에서 적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해가라'고 오히려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교학점제가 안착되려면

교육당국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평준화 체제에서도 수평적 다양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과학고, 외고, 자립형사립고 등으로 대표되는 수월성 교육이 고교학점제를 통해 모든 고교에 공평하게 나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심화 영어회화와 작문을 가르치는 외고의 교육과정을 일반고에서도 수강과목에 편성하면 이를 수강할 수 있고 실제로 연구학교들에선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국영수 위주 표준화된 교육과정 하에 운영되는 기존 교육시스템보다 훨씬 많은 교사와 교실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생 개개인의 적성, 관심사, 진로를 만족하는 과목을 편성하려면 기존 교사들만으론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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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선정된 구리 갈매고등학교는 94개 과목을 개설했고 교과교실제, 경기레인보우메이커학교 등 고교학점제 기반의 다양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부터 교과순회전담교사 27명을 배치했다. 이들 교사는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소속돼 교사가 부족한 여러 학교를 순회하며 전담과목을 가르치는 것인데 아랍문화, 상담심리, 연극, 영상제작 등 학생들이 희망하는 다양한 과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또 교육지원청별 교육과정 마을캠퍼스지구를 구성해 같은 지역의 고교들이 함께 다양한 과목을 편성해 교류수업을 하거나 학교 밖 교육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에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가 해왔던 많은 교육적 실험들이 이번 고교학점제 기본 계획을 구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고 내년부터 시작될 도내 모든 고교에서의 시도들도 2025년 전격도입 됐을 때 빛을 발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