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변4구역 도로구간에 일부 포함
진입로 등 훼손 위기에 잇단 반발
계획 수정 요구·곡선 우회 주장도
조합측 "市와 여러 사안 협의단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김포성당을 다닌 유승모(57)씨는 성당 진입로 언덕에 추억이 많다. 과거 동산이었던 이곳에 산딸기가 많아 또래들과 놀이터처럼 오르내렸다. 고개를 들면 광활한 홍도평야를 지나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유씨는 요즘 이 언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잘려나가는 기분이 든다.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진입로 상당 부분이 절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준수(26)씨 또한 성당 진입로가 개발된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붙잡고 오르면서 신앙을 키운 길이었다. 하씨는 "수도권 서북부 천주교의 정신적 모태와 같은 성당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아무리 도시가 변모한다지만 지켜야 할 것도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국내에서 드물게 석조건물로 건립된 김포성당의 부지원형이 북변4구역 도시정비사업에 포함되면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정비계획대로 도로가 개설되면 완만했던 성당 진입로가 가파른 절벽으로 변할 상황이어서 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4일 김포시와 김포성당 등에 따르면 재정비촉진지구인 북변4구역은 북변동 12만7천여㎡ 부지에 3천300여가구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7년 시공사를 선정하고 지난해 김포시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가 시작됐다.
조합 측은 이 중 사업구역 내 기존 왕복 2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교통영향평가를 통과,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6차선 도로가 김포성당 부지 1천893㎡를 침범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신자들은 유서 깊은 성당의 부지원형이 훼손될 것이라며 계획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금만 곡선으로 돌리면 성당 부지를 침범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도로를 낼 수 있다는 게 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말 구성된 김포성당 원형보존위원회 관계자는 "진입로 부지가 개발되면 100년 이상 수령의 소나무들과 신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함께 사라지고, 절개지에 8~12m 높이의 절벽이 생긴다"며 "이보다 중요한 건 성당부지 원형을 영구적으로 잃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부지를 크게 봤을 때 등고선을 훼손하는 개발이기 때문에 도시 미관에도 좋을 게 없다. 계획이 수정될 때까지 원형보존운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합 측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포함해 김포시 측과 여러 사안을 협의 중인 단계이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성당은 지난 1910년 걸포리에서 약현성당 공소로 출발해 본당으로 승격, 1956년 지금의 북변동으로 이전 건립됐으며 옛 석조건물은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42호에 지정됐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