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해간행물 110종… 전자출판물 다수
'책은 우리 역사·정체성 일부'란 말 감명
출판 어려움 잘알아… 공정심의 최선 다해
"우리 모두 독서를 통해 마음의 백신을 만들어야죠."
최근 유해 출판물과 간행물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유해간행물은 38종으로 나타났는데 2020년에는 110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웹 소설과 웹 만화에서 유해 간행물의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간행물 심의를 맡고 있는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을 25일 만나봤다.
김 위원장은 "유해간행물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0종의 유해간행물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국내간행물 72종 중 1종을 제외하고 모두 전자출판물로 웹 소설과 웹 만화였다"며 "최근 웹툰 만화는 성과 관련해 차마 표현하기 곤란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급증하고 있다. 웹툰과 웹 소설의 경우 단순한 음란성 표현뿐만 아니라 성폭력과 근친상간 등 범죄 또는 패륜적인 내용으로 유통이 금지되는 '유해간행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국내에서 발행된 소설, 사진집, 화보집 등 도서, 만화 단행본, 만화잡지, 전자출판물과 정기간행물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 결정하고 외국에서 발행, 국내에 들여온 간행물도 심의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8월 위원장을 맡은 뒤 임기 만료 4개월을 앞두고 있다. 그는 "21년간 신구대 출판미디어 학과(현재 미디어콘텐츠 학과)에서 미래의 출판인들을 양성하고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한 가치를 이들과 함께 했다"며 "임기 동안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의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평했다.
출판에 대한 철학을 묻자 그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정책을 실천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생각난다"며 "'책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정체성의 일부다. 따라서 책을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그의 말에 감명받았다"고 피력했다.
코로나19도 출판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출판계가 지난해 도서정가제 관련 법 개정으로 홍역을 치렀다. 다행히 정가제를 지키게 됐다"며 "도서정가제는 작은 서점과 소형 출판사를 위해서라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봄 문체부와 출판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독서 비대면 문화 운동인 '책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의 정책은 독서 장려는 물론 출판계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위원장을 맡으면서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한 가치와 이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0년 넘게 출판사 기획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출판 현장의 경험도 쌓았다"면서 "출판 정책이 잘 이뤄져 모든 국민이 마음의 백신을 하나씩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