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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영 한국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총괄사업본부장은 "나머지 생은 장애인을 위해 살려고 한다. 진심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져 장애인의 계발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1.4.12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불편한 아버지둔 개발자가 총판 맡겨
양평 두물머리에 1기 시범설치하기도
"특수학교 교사 딸 당부 마음에 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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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생은 장애인을 위해 살려고 합니다. 진심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져 장애인의 계발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총괄사업본부장 박태영(56)씨는 요즘 고체배터리를 이용한 일체형 태양광 가로등(SST-SL300)을 소개하러 사방팔방을 다닌다.

지난 2일에는 양평군에 다녀왔고, 그보다 앞서 여주·이천·파주 등 조금이라도 안면을 트고 설명을 들어줄 수 있는 공무원이 있으면 직접 기름값을 내고 운전해 방문한다.

그가 일체형 태양광 가로등을 팔기 위해 애를 쓰는 이유는 장애인 아버지를 둔 개발자가 총판을 맡기면서 그 수익을 장애인 장학금의 종잣돈으로 쓰고자 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개발자가 가로등을 저희에게 맡기고 드디어 두 발 뻗고 잤다고 한다. 지금 많이 쓰는 중국산 액체배터리 태양광 가로등과 비교해 국산이고, 수명이 훨씬 긴 고체배터리이며 태양광판과 가로등, 배터리가 하나로 모여 있어 생김이 더 단순하다. 저전류 저전압으로 충전해 10W 전류로 50W 수준의 빛을 낸다"며 제품에 대한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장애인장학회는 교육부 소속, 유일한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지 25년이 흘렀다.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사무실을 둔 경기도지회 겸 안양시지회는 지난 2020년 5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도, 기부금 모금도 어려웠지만 장애인 가족돕기, 노인대상 무료급식소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장애인장학회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박 본부장은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서러움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기부금을 못 낼망정 물건을 팔아 생기는 수익으로 장학금을 마련하겠다는 데도, 공무원 스스로 제품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사람을 장사꾼 취급하듯 대한다"며 "성능 증명을 위해 시범 삼아 장학회 돈으로 몇 기 설치할 테니 기회를 달라는 데도 듣는 척도 안 한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다행히 최근 양평군에서 시범으로 두물머리에 1기를 설치해 성능을 확인하겠다고 해서 박 본부장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있다. 그는 "딸이 특수학교 교사다. 딸이 '비장애인들은 어떻게든 살지만 장애인들은 누구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 딸의 당부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 본부장의 사무실 한편 일정표에는 '4월30일 석00씨 이사'라고 적혀있다. 간판에 '장애인'이라 적힌 걸 보고 찾아온 석씨는 그날 이사를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박 본부장과 장애인장학회 경기도협회 식구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