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기 힘들고 '내비' 검색도 난해
위치 가늠 안돼… '지번' 선호 여전
"체계적이고 좋은 건 아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면서 여전히 곳곳에서 지번 주소가 병행 사용되고 있다. 꼬인 실타래 같은 국내 도로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애초 있었으나 이제 와 제도를 뒤집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로명+건물번호로 구성된 도로명주소는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왕복 8차로 이상은 'OO대로', 2~7차로는 'OO로', 이보다 작으면 'OO길'로 칭하고 건물번호는 출발지점에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를 부여했다.
도로명주소로는 거리도 계산할 수 있다. 지점과 지점 사이 건물번호를 빼고 여기에 10을 곱하면 되는데, 목적지가 'OO대로 50'이고 출발지가 'OO대로 20'이라 할 때 30에 10을 곱한 값(300m)이 지점 간 거리다.
이 같은 장점에도 도로명주소는 길어서 외우기 힘들고, 원리를 이해하기가 복잡하고, 실생활에 불편함이 따른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예컨대 의정부에서 '자일동 118'로 통용되던 주소는 '호국로 182X번길 222-2X'로 늘어났고, 김포의 '장기동 1944-X'는 '김포한강2로 24번길 78-12X'가 됐다.
이에 시민들은 아직도 인터넷쇼핑과 택배 등에서 지번을 선호한다.
휴대전화 판매물품 배송을 위해 자주 우체국을 찾는다는 박모(44·안양시)씨는 "택배에 늘 지번 주소를 적어 넣어도 지금껏 문제는 없었다"며 "도로명주소는 관공서 업무체계상 필요해서 도입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운전자들도 내비게이션에 수십, 수백 개까지 나열되는 도로명주소 목록을 일일이 찾기보다는 지번 주소를 택한다. 내비게이션 통합검색창에 상세주소를 입력할 때도 간단한 지번 주소를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1길 다음 2길, 그다음 3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편리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나마 방향 개념이 있는 거주민들조차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의 도로명주소가 뭔지, 건물번호가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최모(38·고양시)씨는 "계획적으로 조성됐다는 곳을 가봐도 도로명주소를 이해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웹사이트 이용 등 불가피하게 도로명주소를 사용할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번거롭게 지번 주소를 재검색한다"고 했고, 경기북부의 한 지자체 지적담당 공무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관련 수업을 추진하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OO대로에 또 '57번길' 식으로 숫자가 붙으면 공무원들도 감이 안 잡힌다"고 토로했다. → 관련기사 3면(행정구역 미결정 지역 표기·3차원 입체주소…불편 개선 추진)
/김우성·김도란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