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째 토박이 '고향 지키기' 의무감
화옹지구 지정 이후 5년째 활동 지속
작년 특별법 개정 추진 '위기' 겪기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축업에 종사하며 한평생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람이, 노년에 '투쟁'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전사'가 됐다. 농촌에서 노년을 즐기는 여유도 남의 이야기. 가족과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삭발과 단식 투쟁 등에 잇따라 나서는 등 부당한 군 공항 이전 꼼수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하루가 바쁘다.
화성시 마도면에 사는 홍진선(70)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이야기다. 홍 위원장은 화성시 토박이다. 8대째 이곳에 살고 있고 고향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강하다. 이에 화옹지구가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가 된 이후 횟수로 5년째 범대위 활동을 하고 있고 위원장을 맡은 지도 3년이 됐다.
홍 위원장은 "화성시에 군 공항이 들어서면 화성의 발전은 멈춘다. 전곡항·궁평항이 모두 피해를 입고 재산권은 물론 생명권도 잃는다. 발전동력을 잃은 피해는 화성시 전체로 번지게 된다. 그래서 화성을 지키기 위해 범대위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오래 활동하게 될지 (출범 당시에는) 몰랐다. 화성시민의 반대 때문에 현행 법대로는 이전이 불가한 상황인데 정치권 인사들이 법 개정을 시도하는 등 꼼수를 부리면서 이렇게 오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범대위 출범 이후 최대 위기가 닥쳤다. 수원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때도 홍 위원장이 가장 먼저 나섰다. 국회 국방위 심사를 앞두고 삭발과 단식을 통해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강경한 행동에 돌입했고, 서철모 화성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인 송옥주 환경노동위원장도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런 노력으로 국회 국방위에서 해당 개정안의 심사는 보류됐다.
최근에는 화성에 거주하지 않는 가짜 화성시민이 화성에 군 공항 유치를 원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화성시민들이 더 반대 결집을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작이고, 뒤에 수원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행위를 앞으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은 "화성 서부권은 미 공군사격장으로 54년간 소음 피해를 봤다. 그곳에 또다시 전투비행장을 이전시키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화성시민 모두가 동·서를 가리지 말고 나서 싸워야 한다. 이것은 화성 서부가 아닌 화성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화성/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