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수송에너지 연구하다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에너지에 관심
사용범위 지속 확대로 고용 창출… 미래 수출 효자상품 강조
정부 지원·법적 근거 마련… 불확실성 최소화 기업 투자 기대
일본에선 어린이집·병원 옆에도 충전소… 삶 윤택하게 만들어
21세기 수소는 이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전극에서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 거꾸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물과 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 원리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가 수소 연료전지다. 이런 연료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 드론, 자동차, 기차를 비롯해 거대한 선박과 발전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석유 등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전기 에너지를 만들 때와는 달리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깨끗한 수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사회. 바로 '수소경제' 사회다.
김재경(45)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경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수소경제 전도사로도 불릴 정도다.
김재경 위원은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만드는 데 연구 책임자로 참여했다. 그는 "수소경제 정책과 산업, 그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틀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실행해 나가야 하는지를 연구하면서 수소경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수소경제에 대해 많은 분에게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도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조금 과분하다"며 "수소경제가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애초부터 수소경제가 그의 연구 대상은 아니었다. 김재경 위원은 자동차·해운·항공·철도 등이 연관된 수송에너지 분야를 연구했는데, 4~5년 전부터 수송에너지 시장이 석유 중심에서 전기나 수소 중심으로 전환되는 걸 감지했다고 한다.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수소를 활용하면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화석 연료 중심의 사회를 개선하는 데 연구자로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런 요인은 그가 수소경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수소경제의 중심인 수소는 '범용성'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김재경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과거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로 수소의 사용 범위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어떤 분야에선 기존 산업을 대체하고 있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수소가 미래의 수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 연료전지, 수소차, 수소 추출기 등 우리나라의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수소에 대한 민간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소가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에너지·철강·화학·자동차 분야 국내 대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수소경제 투자 규모만 2030년까지 43조원에 달한다.
정부도 수소경제의 기본이 되는 값싼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액화수소 생산·운송·활용 전반을 아우르는 일괄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의 투자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김재경 위원은 최근 시행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수소경제라는 게 2005년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연구개발이 추진된 적이 있는데, 사회적인 관심이 줄어들면서 정책 연속성이 떨어졌고 애초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간 경우가 있었다"며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수소경제 육성법을 기반으로 정부의 계획이 더욱 힘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들도 이런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재경 위원은 수소경제에서 인천이 차지하는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그렇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선 수소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필요한 수소를 100% 생산하기 어려우니 일정량은 수입해야 한다.
인천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항만을 갖추고 있다. 수소 수입에 유리한 인프라가 인천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인천은 수도권의 중요한 수소 생산지가 될 수 있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부생수소'라고 하는데, 인천엔 관련 정제시설을 갖춘 공장이 있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도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인천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조수 간만의 차와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도 활용할 수 있다.
소비 측면에서도 인천은 상당한 규모의 인구가 있어 유리하다. 수소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지역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는 게 김재경 위원의 설명이다.
이는 인천시가 바이오·부생수소 생산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시작으로 수소경제의 선순환 구조(수소 생산~저장~공급~활용)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수소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도시가스보다 안전하다. 김재경 위원은 "수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은 아직 수소가 심리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데에서 오는 두려움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어린이집 옆에, 병원 옆에 수소충전소가 있다"며 "익숙해지는 시간을 거치고 나면,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소경제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수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많다. 정부는 컨트롤 타워로서 수소경제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 육성과 규제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 민간 기업들은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시민들은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수소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김재경 위원은 "수소경제 정착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연구 분야가 아직 많다"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수소경제를 추진하는 해외 국가 연구진들과도 협력해 더 나은 성과를 얻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글/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사진/김재경 위원 제공
■ 김재경 위원은?
▲ 1976년 부산 출생
▲ 2013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2018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립 민관전문위원회 연구책임자 및 총괄간사
▲ 2019년 울산 4차 산업혁명 U포럼 위원
▲ 2020년 경기도 수소산업위원회 위원, 울산 수소산업위원회 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
▲ 2021년 범부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성을 위한 기술작업반 위원, 국회 그린수소사회 연구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