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사무국장 문점숙 수녀
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사무국장 문점숙 수녀가 신도들에게 비닐봉지 대신 보자기를 사용하도록 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4.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구 한지붕 아래 '운명 공동체'
지금 안하면 미래에 더 큰 불편
남겨줄 것 무엇인가 고민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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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기후변화 등 굳이 거대 담론을 얘기하지 않아도 이제 지구 환경의 위기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

저 멀리 북극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나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폭우·폭설 피해 등을 TV 뉴스로 보지 않아도 이런 환경 위기의 징후들은 이제 우리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일상이 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환경특별시 인천'을 선언하고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가 제시한 '환경특별시 인천'이 정책을 위한 정책, 보여주기식 구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시민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25일 오전 인천 중구 답동성당에서 만난 문점숙 수녀의 휴대전화에는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일회용품 사진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당 주변을 오갈 때 틈틈이 찍어 놓은 사진이라고 했다.

"우리가 먹고 자는 내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을 큰 불편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없을 거예요. 지구라는 한지붕 아래 사는 우리는 모두 운명 공동체입니다. 매일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듯, 우리가 모두 책임감을 갖고 환경 문제를 바라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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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사무국장 문점숙 수녀가 신도들에게 비닐봉지 대신 보자기를 사용하도록 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4.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천주교 인천교구 환경사목부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문점숙 수녀는 '비닐봉지 없는 바자회', '전통시장 비닐 줄이기 운동', '플라스틱 이삭줍기' 등 교구 내에서 환경 실천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인천교구 여러 성당에서 열리는 바자회 행사에서 신도들이 비닐봉지 대신 보자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신도들이 각 가정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뚜껑을 따로 성당에서 모아 재활용 수거 업체에 가져다주기도 한다. 2018년부터는 재활용 쇼핑백을 모아 성당 인근 전통시장에 나눠 주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신도들이 이런 부분들을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는데, 우리가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문점숙 수녀는 우리가 미래에 감내해야 하는 불편은 지금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차원이 다른 불편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의학이나 여러 분야에서 과학적 증거라고 하면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왜 유독 환경 위기와 관련한 여러 과학적 논문이나 관련 보도는 외면하는지 모르겠다"며 "미래 세대에 우리가 남겨줄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점숙 수녀는 "성경 구절에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외쳐라'라는 문구가 있다"며 "모든 인천시민이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