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피·딩크 등 삶의 방식 희화·조롱 사용
'노동중심 사회' 비노동 상태 사람 배제
기본소득 등 복지제도로 틈새 보완해야

'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의 저자인 이충한(45·사진) 하자센터 기획부장은 "'니트족'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는 '놀고먹는 청년'이라는 상징처럼 쓰이고 있다"면서 "'족'이라는 첨어를 빼자"고 강조한다.
그는 "히피족, 딩크족, 코쿤족 등 역사적으로 ○○족은 주류사회와 다른 특정 삶의 방식을 희화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니트는 본인의 문화적 지향에 따라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 아닌, 청년 개인이 노동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나 처지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니트족'이라는 이름으로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니트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기존의 노동관으로 바라보면 사회를 거부하는 이상한 청년이겠지만, 그건 산업주의 시대 과도한 노동에 길들여진 기성세대의 시각일 뿐"이라며 "'노동 중심 사회'인 지금은 비노동 상태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기술발전과 경제구조의 변화로 임금노동의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사회를 떠받치는 돌봄, 예술, 공공활동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 이외의 활동'들이 중요해지고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생산활동에 인간의 노동력이 덜 중요해지는 미래에는 개인과 사회가 '임금노동'과 '(좁은 의미의) 노동 이외의 의미 있는 활동'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행복과 공공선을 추구하고, 기본소득 등을 포함한 복지제도로 각종 틈새를 보완해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존 '노동사회'에서는 임금노동을 해야만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일자리의 축소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의 기회를 놓고 사회가 분열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한 사람을 사회 구성원으로 품는 이유는 그의 '노동 여부'가 아닌 '존재 자체'로 바뀌어야만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니트라는 현상을 병리적으로 바라보려 한다면, 그것이 개인의 병이 아니라 사회 병리라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니트 개인이 아닌, 니트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 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