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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들은 열심히 산다. 공부는 물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은 비좁다. 그렇게 수많은 청년들이 지쳐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업이 없이 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하는 '니트(NEET)' 상황에 머무르는 청년이 지난해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긴 터널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취·창업 유도하는 '일자리 매몰' 아닌 '기본소득·돌봄체계 강화' 등 변화 필요
장기침체 겪은 일본, 정부 주도로 '이바쇼' 도입… 타인과 소통·안정 지원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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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과 청년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등 청년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해야 한다."(니트 한성수(39·가명)씨)

"니트 청년은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도 고립될 위험이 큰 만큼,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돌봄제도가 필요하다."(주상희(59)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

일하지 않고 구직 의사도 없는 '니트(NEET)'가 지난 1년간 8만명(24%) 늘어 지난해 말 43만명을 돌파하면서 청년 실업 대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이나 창업을 유도하는 '일자리 중심 대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소진된 청년들의 회복을 목표로 '포괄적 지원'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이 쉬면서 일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중간적 일자리'는 그 예다.

일본의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 한국지사의 오오쿠사 미노루(46) 교육팀장은 "청년이 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일 경험'을 하는 이른바 '중간적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간적 일자리'란 일을 잘하지 못하면 해고되는 보통의 직장과는 달리, 일과 사회생활에 서툰 청년도 포용하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주는 대안적 직장이다.

지난 1991년 '버블경제' 붕괴로 10년여간 장기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이 도입한 '이바쇼(거처)' 제도가 그 원형이다. 미취업 청년들은 이곳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타인과 소통하는 연습을 한다. 참여자에게 성과를 따지지 않고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상담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도가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해 온 '청년기본소득'과 '청년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트 한성수씨는 "IMF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 시대를 막론하고 고용 한파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이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청년에게도 일정 규모의 소득을 보장하는 청년기본소득을 확대하고, 청년임대주택 또한 탄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번아웃'이 오는 2022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 새로운 건강 유해인자로 등록될 만큼 청년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는 "니트 청년은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도 고립될 위험이 크다"며 "이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상담을 적극 유도하는 사회적 돌봄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