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젊은층 종사, 서비스업 '큰 충격'
'직원 둔 자영업자' 작년比 9만4천명↓
작년 경기 9만·인천 5천여명 '니트 증가'
과도한 성과추구 등 상처 스스로 격리
신체·정신적 피로 호소 '번아웃' 비슷
편견과 달리 니트 82.9% '일 경험 있어'
"만족감 갖고 일할 수 있는 정책 시급"
경기·인천지역에는 한씨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청년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처절하게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누군가가 볼 때는 결국 '놀고먹는 백수'라는 꼬리표가 붙은 '니트'에 놓이는 현실이다.
# 깊어지는 고용절벽 늘어나는 청년 니트
"일자리가 없는데 당장 뭘 할 수 있겠어요."
20~30대 청년들이 마주한 가장 큰 고통은 취업난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황에 기업도, 상점도 사람 쓰기(채용)가 어려웠다. 특히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는 청년들을 취준생으로 만들거나 그냥 쉬는 처지로 만들었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지난 1월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 감소 폭은 24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특히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큰 충격을 받았다.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업 일자리는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하는 분야다.
특히 아르바이트 없이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30만4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만4천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한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415만2천명으로 1만3천명 늘었다. 코로나로 생계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거나 직원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들조차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실 뒤엔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있다.
경인일보가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인지역 니트 규모를 추정한 결과, 지난 2019년 각각 35만9천 명, 7만8천명이던 경기·인천 청년 니트 규모는 코로나 이후 불과 1년 만에 각각 9만5천명(26.4%), 5천명(6.4%) 늘었다.
국내 전체 규모도 그렇다. 현대경제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니트가 43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8만5천명(24%) 늘었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Burnout)' 청년, '니트'
6년 전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한 카드회사의 광고 문구가 유명세를 탔다. 과노동에 지친 직장인들의 현실이 반영된 문구였다. 그때의 상황은 지금 청년들과 비교하면 차라리 낫다.
현재 청년들은 직장이라는 문턱에 제대로 진입조차 못하고 소진된 상태에 이르러 구직을 포기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번아웃 증후군'이란 말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경우다.
"공장에서 일할 때 '빨리빨리'만 외쳤어요. 느리다는 이유로 저를 따돌렸어요. 다시 공장으로 가고 싶지 않아요."(27·이다미·고졸·가명)
"이제는 제가 쓸모가 없어졌나 봐요. 나이가 많다고 아르바이트도 받아주지 않네요."(31·김미선·전문대졸·가명)
"안정적이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27·남·박헌상·대졸·가명)
청년들에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일정 수준의 공통적인 피로감을 확인할 수 있는 답변이 나온다. 낮은 임금, 구직 활동과정에서 겪는 실패로 인해 구겨진 자존감, 개인의 역량을 벗어나 과도한 성과를 추구하는 조직문화 등이 이들 청년에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거 직장에서 경험한 노동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쌓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청년들이 일에서 멀어진 이유는 소진(번아웃)인 것이다. 결국 니트는 '일하지 않는 개인'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나 일터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이 취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 지속적으로 머물지 못하는 이유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취업 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를 보면 청년 니트의 82.9%가 일 경험이 있고, 77.3%가 향후 6개월 이내에 구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니트 청년들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일을 해왔고, 구직활동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충한 하자센터 기획부장은 "청년들이 실업 후 소진되어 니트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일자리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일터에서 사회적인 만족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 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