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덕풍시장 등 촬영분 50만컷
3기 신도시 결정된 춘궁동 옛 지명
사진집 '고골이야기'서 자취 담아

하남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 중인 이왕호(60)씨는 지난 20여 년 동안 카메라 한 대만 어깨에 둘러메고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하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하러 가는 곳에선 항상 카메라에 현장을 담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이씨는 하남 토박이인 것 같지만 고향은 화성 마도면이다. 33년 전 하남에 정착한 뒤 검단산, 덕풍시장 등 하남의 역사를 하나씩 기록하고 있는 이씨가 찍은 사진만 50만 컷에 달하고 하남시마저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옛 미사리의 사진만 20만 컷에 이른다.
이씨는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결혼 후 1990년 무렵부터 사진을 찍었는데 20년 전부터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있다"며 "다큐멘터리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하늘에서 본 고골 : 드론으로 담은 고골이야기' 사진집을 출간한 그는 이달엔 카메라에 담았던 '고골이야기' 사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고골은 춘궁동의 옛 지명으로 주민들은 춘궁동보다는 고골로 훨씬 더 많이 부른다.
그는 "2018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사업을 발표했는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며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주민들에겐 고골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련하게 회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골이야기' 사진집이 발간될 무렵 사진 전시회도 준비 중인 그는 "함께 살아온 친지들, 정든 이웃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 논과 밭, 그리고 길가에 핀 들꽃과 풀 한 포기조차 소중하지 않은 게 없는데 지금 이 모든 것이 영원히 과거 속으로 사라지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될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추억이 깃든 애잔한 삶의 자취들을 사진으로라도 남기겠다는 소박한 사명감으로,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들고 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풍경을 계속 담겠다"고 전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