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호 사진가1
이왕호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다시 볼 수 없게 될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추억이 깃든 삶의 자취들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소박한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5.3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20여년 덕풍시장 등 촬영분 50만컷
3기 신도시 결정된 춘궁동 옛 지명
사진집 '고골이야기'서 자취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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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감일지구 그리고 제3기 교산신도시까지 하남시는 수도권 중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핫'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다른 말로 지금까지 유지됐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남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 중인 이왕호(60)씨는 지난 20여 년 동안 카메라 한 대만 어깨에 둘러메고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하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하러 가는 곳에선 항상 카메라에 현장을 담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이씨는 하남 토박이인 것 같지만 고향은 화성 마도면이다. 33년 전 하남에 정착한 뒤 검단산, 덕풍시장 등 하남의 역사를 하나씩 기록하고 있는 이씨가 찍은 사진만 50만 컷에 달하고 하남시마저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옛 미사리의 사진만 20만 컷에 이른다.

이씨는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결혼 후 1990년 무렵부터 사진을 찍었는데 20년 전부터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있다"며 "다큐멘터리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하늘에서 본 고골 : 드론으로 담은 고골이야기' 사진집을 출간한 그는 이달엔 카메라에 담았던 '고골이야기' 사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고골은 춘궁동의 옛 지명으로 주민들은 춘궁동보다는 고골로 훨씬 더 많이 부른다.

그는 "2018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사업을 발표했는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며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주민들에겐 고골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련하게 회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골이야기' 사진집이 발간될 무렵 사진 전시회도 준비 중인 그는 "함께 살아온 친지들, 정든 이웃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 논과 밭, 그리고 길가에 핀 들꽃과 풀 한 포기조차 소중하지 않은 게 없는데 지금 이 모든 것이 영원히 과거 속으로 사라지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될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추억이 깃든 애잔한 삶의 자취들을 사진으로라도 남기겠다는 소박한 사명감으로,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들고 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풍경을 계속 담겠다"고 전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