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사이 깊숙하게 자리잡은 '영덕천길'
'경사없는 평지' 그늘·벤치 쉬엄쉬엄 걷기좋아
숲길서 만나는 알록달록 꽃길 '힐링타임'
원천리천 따라 이어지는 팔색길 '도란길'
곳곳마다 있는 '징검다리' 옛 시골 감성 자극
깨끗한 물속 헤엄치는 수십마리의 잉어떼 '장관'
이에 경인일보는 연중 기획 시리즈인 '우리 동네 숨은 보석 핫플을 찾아서~'를 기획하고 동네 구석구석 가 볼 만한 명소를 소개하고 독자들과 함께 떠나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언택트 산책길' 용인 영덕천을 품다
시원한 봄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했는데 어느새 5월이 됐다. 너무 춥지도 않고, 또 덥지도 않은 5월. 코로나로 움츠렸던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계절이다.
무작정 걷고 싶었다. 코로나로 멀리 가기도 부담스러워 집 앞 둘레길을 찾았다. 용인 기흥구 영덕동 흥덕지구 내 영덕천길이다.
택지지구 내 아파트 단지 사이로 깊숙한 곳에 있어 시원함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단지 사이로 부는 바람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든다. 이제 갓 피어난 초록 물감을 칠한 듯한 연녹색 나뭇잎을 보면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영덕천은 흥덕지구 1단지에서 11단지까지 총연장 1.48㎞로 이어져 있다. 간단한 개요를 설명하자면 하폭 12~17m인 영덕천은 징검다리 3개소와 진입 계단 3개로 이뤄져 있다. 천변 양쪽을 다 이용할 수 있는데 자전거와 보행자 도로 두 개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골프장인 태광CC 뒤쪽에 위치한 11단지부터 천천히 걸어봤다. 이미 설명한 대로 천이 아파트 단지 사이 사이로 깊숙한 곳에 있어 그늘진 곳이 많다. 걷다 지치면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쉬기에도 좋다. 마스크를 쓴 탓인지 처음에는 걷기에 약간 숨이 찼다. 하지만 어느새 익숙해 지면서 불편함도 잠시였다.
오르막도 내리막 경사도 전혀 없다. 그냥 쉬엄쉬엄 걷다가 빨리도 걸어보고 또다시 천천히 걸어 보니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길 이름도 '숲바람길', '물소리길' 등으로 지어져 마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런 도심 속 숲길이 있다는 것이 새삼 기뻤다. 자주 걷는 길이지만 우리 동네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는 것에 행복함이 몰려왔다. 이십 분 정도 걸었을까. 등에서 약간의 땀이 날 때쯤 우거진 숲길이 나타났다.
머리 위 하늘 전체를 막을 정도로 나무들이 사방을 에워 쌌다. 숲길을 달리는 자전거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명소다.
영덕천길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곳곳마다 표시된 위치 번호다. 국가지점번호인 위치번호는 한글과 숫자로 돼 있는데 위기 발생 시 긴급전화를 이용해 본인의 위치를 확인해 줄 수 있다.
빨강, 분홍, 노랑, 흰색 등 다양한 꽃들을 바라보며 걸으니 벌써 영덕천의 마지막 장소인 영덕레스피아에 도착했다. 인근 광교호수공원과 이어지는 이곳은 수원시와 용인시와의 경계로 넓은 천을 만나 다시 둘레길이 이어진다. 2년 전 여름 즈음인가. 초등학생 아이들 셋이서 수영을 하며 놀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기억도 있다.
# 수원 원천리천 따라 걷는 길
수원 팔색길 가운데 하나인 도란길을 걸어 봤다. 팔색길이란 수원의 주산이자 수원의 대표적인 팔달산과 사방으로 통해 있는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라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도란길은 영통구 지역에 있다. 특히나 원천리천을 따라 걷는 도란길은 용인 영덕천과 바로 이어져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과거 원천리천은 폭우만 쏟아지면 물고기가 떼로 죽어 떠올랐을 정도로 환경적으로 열악했다. 하지만 천변이 둘레길로 깔끔히 정비됐고, 인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임직원들이 환경정화활동 등으로 수시로 천변을 관리해주면서 도심 속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시원하게 흐르는 원천리천 물줄기는 어느 시골에 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곳곳마다 있는 징검다리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시골 징검다리의 추억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그 기분조차 상쾌해진다.
걷는 길에 잘 몰랐던 원천리천의 지명유래가 표기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원천이라는 이름은 '먼내' 또는 '머내'라고 하는 이 지역의 고유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이를 한자어인 원천(遠川) 또는 원천천(遠川川)으로 표기하게 됐다고 한다.
'먼내' 또는 '머내'라는 이름은 이 하천이 '수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내' 즉, '먼 하천'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금의 원천동은 조선시대 수원부 장주면 지역으로 '먼내 옆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원천리라 붙여졌다. 이어 이 하천의 이름은 하천이 지나가는 원천리의 이름을 따서 원천리천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원천리천은 신대저수지와 원천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모여 원천교와 삼성교, 그리고 삼성중앙교와 백년교를 지나간다. 원천리천은 2.86㎞로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도심 속 하천답지 않게 한눈에 봐도 물이 맑다. 원천리천을 걷는 중에 시민들이 모여 천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여 궁금했다. 어른 팔뚝보다 큰 잉어 수십 마리가 떼로 다니면서 천천히 헤엄치는 장면이 목격됐다. 물살 반대 방향으로 우두머리 한 마리를 선두로 수십마리가 떼로 헤엄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다른 둘레길과 달리 원천리천변의 나무들은 큼지막하고 나뭇가지가 천변쪽으로 향한 모습이 신기했다. 천변에 비친 나무들의 모습은 달력에서만 보던 선진국 어느 공원보다도 아름다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파란 하늘에 날리는 하얀 꽃가루는 걷는 기분을 더욱 증폭시켰다. 운동이라는 생각보단 명상의 시간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해 보였다. 도심속 둘레길로 추천해 볼만하다.
/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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