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필요했던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잡고 꼴찌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올 시즌 K리그1 총 14라운드 동안 단 2패를 차지한 제주는 그러나 공교롭게도 2차례 만난 수원FC에게 전패한 불명예를 얻었다.
수원FC는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4라운드 제주와의 경기에서 조유민과 라스의 화력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후반전 추가시간 1골을 내줘 모처럼의 클린 시트 경기를 만드는데 불발됐다.
수원FC는 이에 승점 13(3승4무7패)로,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경기가 취소돼 한 경기를 덜 치른 광주FC(4승1무8패)와 승점은 같지만 팀 득점에서 앞서면서 11위로 올라섰다.
경기는 총 13경기 중 수원FC에게 단 1패만 기록하면서 리그 3위를 달리던 제주에게 승리가 갈 것으로 예상됐다. 수원FC와 제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모두 1부리그로 승격했지만, 스쿼드에 대한 투자나 호흡 등 여러 측면에서 제주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경기 전 "좋지 못한 상황이다. 탈피해야 한다. 제주 원정에서도 좋지 못한 기억밖에 없는데, 우리 팀 자체가 절실하다. 그 마음을 갖고 이기도록 하겠다"고 간절한 승리의지를 보였는데, 수원FC의 스쿼드가 김 감독의 바람에 응했다.
수원FC는 전반 17분과 전반 28분 두 차례에 걸쳐 2부 시절부터 팀과 함께 성장해 온 수비수 조유민이 2차례의 헤더가 터지는 등 멀티 골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왼쪽 코너킥 기회를 맞은 수원FC는 무릴로가 골문 앞으로 볼을 띄우자 조유민이 니어 포스트를 파고 드는 기가 막힌 헤딩 슛으로 선제골을 가져갔다. 11분 뒤에는 오른쪽 코너킥에서 이영재가 골문 앞으로 찬 볼을 재차 헤더로 방향을 틀어 추가 득점을 성공했다.
이후 제주는 전반전 남은 시간 동안 수원FC의 골망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은 이루지 못했다.
특히 2년 차 용병 라스도 최근의 기량 상승을 몸소 보였다. 후반 14분 제주의 측면을 노린 크로스를 받은 라스가 팀의 승리를 확정 짓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후반 추가시간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진 수원FC는 아쉽게도 제주에게 한 골을 내주며 3-1 스코어로 경기를 마무리 짓게 됐다.
멀티 골을 넣은 조유민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14라운드가 됐다. 2018시즌 수원FC에서 프로 무대를 밟은 뒤 2년 동안 2부리그에서 31경기 2골, 24경기 2골을 각각 득점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총 13경기 동안 총 3골을 넣어 단일 시즌 개인 최다 골 기록을 작성했다.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라스의 4골에 이어 팀 내 최다득점 2위를 달리게 됐다.
믿기지 않는 활약상으로 인해 11위로 반등한 수원FC이지만, 재빨리 스쿼드의 휴식 등 재정비를 통해 3일 뒤 치를 14라운드 광주FC와의 경기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광주는 9일간 경기를 치르지 않아 체력적 피로도가 없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도균 감독은 경기 후 "쉽지 않은 원정에 최하위 상태에서 제주라는 강팀을 만났는데 선수들의 집중력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클린시트로 끝냈으면 좋았겠지만, 두 팀 다 지쳐 있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비하는 상황에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어 "(조유민의 헤더는)준비했던 대로 잘 나왔다. 필드골이 없던 상황에서 수비수 선수가 세트피스를 해줬다는 거는 팀으로는 좋은 상황"이라며 "라스는 득점에 대한 욕심이 있는 선수다.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스스로 기대 못 미친다는 생각을 했던 거도 같다. 우리가 1부로 올라오며 시즌 초에 부진했던 거 스스로 동기 부여를 잘 하고 있다. 팀으로써는 앞에서 싸워주는 모습이 고맙다"고 전했다.
특히 "(오늘 승리가 반등의) 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결국은 우리가 스리백을 쓰고 수비 시에는 파이브백을 썼지만 오늘 전술적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이런 부분을 앞으로 가져갈지 변화를 줄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오늘 선수들 투쟁심도 굉장히 좋았다. 이런 부분이 지속돼야 1부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다. 이번에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선수들과 얘기하면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