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 낳은 2017년부터 시작
일회용 자제·천연비누 사용도
"개인으로 한계… 정책 변화를"

샴푸와 세제 대신 친환경 비누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병을 사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는 가정이 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장진숙(37) 주부의 얘기다.
9일 오전 찾은 인천 연수구 장진숙 주부의 집에서는 '플라스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장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의 샴푸나 보디워시 자리는 친환경 비누가 대신하고 있었고, 칫솔도 플라스틱이 아닌 대나무로 만든 제품이었다. 싱크대 위에는 주방용 세제 대신 주방 비누가 놓여 있었다.
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은 5살 딸아이의 장난감 자동차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용기 정도였다. 탄산수가 담겨 있던 유리병은 식탁 위 꽃병으로 탈바꿈했다.
장진숙씨는 "샴푸와 린스, 세제 등을 다 쓰고 나면 버려야 할 플라스틱 용기가 집에 넘쳐나고, 헹굴 때도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며 "내 몸에 닿는 모든 걸 자연에서 온 것으로 바꾸면서 조금은 귀찮아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몸은 편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음식이 먹고 싶을 땐 직접 가게를 찾아가 포장해 온다. 배달 시 쓰이는 일회용품도 아끼겠다는 생각에서다. 비닐 봉투 대신 신문지로 만든 봉투를 사용하고, 장을 볼 때 장바구니와 면으로 된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이제는 생활이 됐다.
인천시 중구여성회관에서 근무 중인 장진숙씨는 출퇴근 시에도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직장에서 개인 젓가락을 사용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이제는 몸에 뱄다.
장진숙씨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생활을 하는 건 아이에게 '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살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의 친환경 생활도 딸아이가 태어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진숙씨는 "우리가 그동안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방법은 대부분 지구에 상처를 주는 방법이었다"며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마음먹고 생활 속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개인적 실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마트에서 조금 더 쉽게 친환경 제품을 접하고,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친환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