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R서 만나 3골 터뜨려 이겨
예산 200억 이하 악조건 극복 대승
국내 최고 인기 프로축구단인 수원 삼성이 '국내 최강' 현대가(전북·울산)를 상대로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명가 재건'을 승리로 입증하고 있다.
박건하 감독이 지휘하는 수원은 2021시즌 K리그1에서 디펜딩챔피언이자 1위 전북을 14라운드 전주 원정(9일) 경기에서, 준우승팀이자 2위 울산을 10라운드 수원 홈 경기(4월18일)에서 만나 각각 3골을 터트리며 승리했다.
전북과 울산 등 양 구단은 국내 K리그팀 중 가장 많은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쓸 정도로 막강하지만 수원의 예산은 2010년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 200억원 이하로 파악된다.
돈이 부족한 수원이기에 외부 스타 플레이어의 신규 영입 소식은 거의 없고, 오히려 홍철 등 팀 주전 선수가 울산으로 이적하거나 수원의 도움을 받고 매탄중에서 곧바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진출한 뒤 전북으로 떠나 보낸 백승호 등 주요 자원을 팀에 묶어놓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하위 스플릿에 속해 자칫 강등을 우려할 정도였다.
이런 위기 속에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 자원들이 잘 자랐고 전북과 울산에 매서운 한방을 가하는 등 팀의 새로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울산 전에선 정상빈·강현묵·김건희 등이 맹활약해 파란을 일으켰다.
전북 전에선 공교롭게도 부상에서 돌아온 '주장' 김민우의 발끝에서 모든 골이 터져 나왔다.
2개의 도움을 이룬 그는 후반전에 투입된 뒤 후반 17분 고승범의 선제골이 이뤄지기 직전 스루패스를 한 게 득점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후반 20분에는 김민우의 침투 패스를 받은 정상빈이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결승골을, 후반 26분 이기제의 왼발 중거리 슛도 김민우의 패스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그동안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 고승범은 다음 달 군 입대를 앞두고 정신력을 집중한 결과 오른발 아웃사이드 밀어 넣기로 시즌 마수걸이 골을 넣었다. 이기제는 지난해 9월 제대 후 왼쪽 윙백이지만 연습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중거리 슛을 시도한 게 전북의 골문을 열게 된 것이다.
도내 축구계에선 "최소 무승부 경기를 고민할 때 모든 자원이 의기투합해 3골을 넣어버리는 수원이다. 충분한 예산이 없더라도 그간 노력해 온 세월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본 팬들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전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