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곡서상천배 인상·용상·합계 1위
지난달 춘계여자역도서는 '금2·은1'
"운동의 매력, 노력·성취 정직해서"
수원시청 이지은 선수 롤모델 밝혀
역도 기대주 이지연(수원 청명고 1학년)의 포부다.
역도에서 그랜드슬램은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4개 대회를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 '역도 여왕' 장미란(장미란재단 이사장)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선 2005년부터 4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12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남자부에선 '작은 거인' 전병관이 아시안게임(1990·1994), 세계선수권(1991·1995), 아시아선수권(1992), 올림픽(1992)에서 차례로 우승한 바 있다.
이지연은 차세대 간판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올해 치러진 2개 대회에서 잇따라 다관왕에 오르며 기대주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지연은 지난 9일 끝난 제80회 문곡서상천배 역도경기대회 여고부 87㎏급에 출전해 인상(87㎏)과 용상(109㎏)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뒤 합계(196㎏)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지난달 치러진 제32회 전국춘계여자역도경기대회에서도 그는 여고부 81㎏급에 출전해 인상 2위(81㎏), 용상 1위(101㎏), 합계 1위(182㎏)에 오르며 금 2, 은 1개를 따냈다.
이지연은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를 하면서 운동을 접했고 수원중에 입학하면서 삼촌의 권유로 바벨을 잡게 됐다.
평소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이지연은 역도에 입문하면서 훈련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 기술 습득이 빨랐고 2019년인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그해 7월 열린 제46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학생역도경기대회 여중부 76㎏급에 출전해 용상과 인상, 합계에서 모두 우승하며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된 상황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3학년 시절인 지난해 8월 제4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시도학생역도경기대회 여중부 76㎏급에서 인상(86㎏), 용상(101㎏), 합계(187㎏)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3관왕 달성에 성공했다.
이어 11월 제22회 전국중등부역도경기대회 여중부 81㎏급에서도 인상(84㎏), 용상(105㎏)에서 각각 정상에 오른 뒤 합계(189㎏)에서도 1위에 올라 3관왕을 달성했다.
이지연은 "평소 다른 학생들이 '재미없고 무거운 운동을 왜 하느냐'고 묻지만, 바벨을 잡아본 사람만이 알 정도로 역도는 정직한 운동"이라면서 "역도의 매력은 꾸준한 노력과 그에 따른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이지연이 존경하는 선수는 이지은(수원시청)이다. 이지은은 지난 2019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81㎏급에 출전해 인상에서 111㎏을 들어 올려 금메달을 따냈다. 이지연은 "부상을 딛고 최선을 다한 이지은 선배를 존경한다"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값진 금메달을 따낸 그의 투혼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할 점으로 스피드와 순발력 그리고 체력"이라며 "힘들고 어렵지만, 바벨을 들어 올릴 때마다 남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역도 그랜드슬램을 위해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달 청명고 역도 코치는 "이지연은 역도 선수로서의 긍정적인 사고와 좋은 체격을 갖췄다"면서 "한국 여자 역도의 전성기를 이끌 기대주임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