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경안천
광주시를 관통하는 경안천 옆으로 상가건물, 아파트 등이 보인다. 2021.5.23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공장형 건물들 많아 '매캐한 냄새'
도시발달·자연친화로 인구 집중화
광주시 "소규모 사업장 우후죽순…
폐수 불법무단방류 관리감독 한계"
시의원 "각종규제로 책임전가" 지적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21일, 광주시를 관통하는 경안천의 물줄기가 낮게 깔린 안개와 더불어 도심 한편에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용인시 용해곡에서 발원한 이 물줄기는 광주지역 20여개 실개천을 아울러 팔당호로 흘러갔고, 비가 오니 하천과 연결된 우수관에서 나온 물까지 합류됐다.

경안천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지난해 경인일보가 경안천으로의 침출수 유입을 우려(2020년 9월28일자 7면 보도='라돈 매트리스 침출수' 식수원 하천으로 흘러갔나)한 경안천 한편에 자리한 오포읍의 쓰레기 적환장도 보였고, 덩달아 21만여t의 생활쓰레기가 매립돼 경안천으로의 침출수 유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일대 사례(2020년 7월21일자 8면 보도=상수원보호구역 용인 포곡읍 경안천 '침출수 유입')도 걱정이 됐다.

이날 광주시를 감싸 안으며 흐르는 경안천 주변을 살피니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주택가는 물론이고 상가에서 공장지대까지 다양한 시설이 자리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안천과 곤지암천이 합쳐지는 초월읍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전해졌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공장형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머리까지 지끈거리게 하는 냄새의 원인을 찾기에는 너무 광범위했다.

주변에 이런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았더니 "경안천이 내려다보이면 일단 프리미엄이 붙는다. 주택이면 조망권 가치가 높아져 적어도 10~20%는 붙고, 카페나 상가건물도 당연히 메리트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안천 주변에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고, 공사 중인 것도 많은데 한정 지어 얘기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경안천 인근에 유입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환경학적 논제를 이 관계자에게 꺼내기에는 '인구유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그의 주장이 너무 확고해 보였다.

팔당호 젖줄의 한 지류인 경안천. 용인에서 광주를 지나 한강본류로 흐르는 국가하천인 경안천은 총 길이 49.5㎞, 유역면적은 558.2㎢다. 남한강, 북한강과 함께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으며, 팔당호 전체 유입수량으로 따지면 2% 내외다. 남한강이 55%, 북한강 43%인 것에 비하면 미미할 정도다.

하지만 유입수량을 떠나 경안천이 수도권 식수원이고, 오염부하량이 팔당호 전체의 16%인 주요 오염원으로 꼽혀 팔당댐이 들어선 이후 내내 규제와 관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안천 인근은 도시 발달과 함께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상수원수를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자연친화적 환경을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져 아이러니하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실 수도권 식수원인 경안천을 관리 차원에서 보면 더이상 제도화해 짜낼 것이 있을까 할 정도로 촘촘하다.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등으로 묶었고, 도시 전체 오염원 배출을 규제하기 위해 수질오염총량제도 시행 중이다.

경안천에 오염원 유입 방지 및 수질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하수도 보급률 높이기에 나서 20여년 전 50%를 간신히 넘기던 보급률이 90%대까지 끌어 올려졌다.

아울러 한강유역환경청은 '수변녹지 조성사업'을 통해 경안천 등 상수원관리지역 내 토지를 매입해 녹지를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수질 환경개선을 위해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사업도 이미 궤도에 올랐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안천을 관리·감독하는 부서도 있지만 적발 건수나 조치사항 등을 보면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신고나 민원제기건수는 꾸준하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갈수기 때 생긴 기포라든가 녹조 현상 등을 오해해 생긴 오인신고가 많다. 불법으로 폐수를 무단 방류해 적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부담감과 우려감을 표했다. "관내 기업체 370여곳(폐수배출시설 관련)을 집중 관리·감독하고 이외 기업들에 대해서도 교육 및 컨설팅도 하지만 워낙 우후죽순으로 경안천 주변에 소규모 사업장이 생기다 보니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의 위험이 계속 증가되고 솔직히 이 부분이 큰 걱정"이라고 말한다.

환경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방세환 광주시의원은 "상수원 취수구 다변화가 요구되는 이유가 이래서다. 경안천은 마을 한가운데 상수원이 있는 꼴이다. 현실은 인정하지 않고 수질만 관리하라며 각종 규제, 제도만 들이대는 것은 시민과 지자체에 책임만 전가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