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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A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샤워 필터가 커피색으로 변색 돼 있다. 2021.5.20 /입주민 제공

안양시의 한 신축아파트에서 누런 물이 나와 주민들이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시와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원인 파악에 나섰다.

23일 안양시 동안구 A 신축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안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입주민카페에는 최근 각 세대의 출수구에 설치한 필터 사진과 함께 수돗물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2단지 주민 B씨는 지난 19일 "5월 7일 교체한 샤워기 필터가 갈색으로 변했는데, 어제(18일) 사용 후로는 더 심해졌다"며 "새 아파트라 깨끗한 물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 실망이다. 수질검사가 정상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원인이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수질 관련 글은 지난 3월27일에도 등장했다. 1단지 주민 B씨는 "이전 집에서 필터를 썼는데 두세 달에 한번 교체했었다. 새집에 이사 온 지 2주 됐는데 흰 필터가 갈색이 되고 있다"며 "안양 수도관이 오래돼서 그런가?"라고 물었다.

수질 관련 글에는 '우리 집도 필터를 달아 확인해야겠다'거나 '이사 온 뒤로 피부질환이 생겨 피부과를 다니고 있다'는 등의 댓글이 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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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파트 입주민 카페 글 캡처. 지난 3월27일 올라온 글에는 설치한 지 2주 된 필터가 변색하고 있다며 안양시 상수도관 노후가 원인인지 묻고 있다. 안양/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관리사무소는 시에 협조를 요청해, 지난 5월7일 문제를 제기한 4세대와 관리사무소의 수돗물을 채수, 검사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인근 재개발 지구가 공사 중 상수도관을 터뜨려 일대가 물바다가 된 바 있어 상수도관에 흙탕물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시 정수과 관계자는 "정수장의 문제라면 평촌 전체가 수질 문제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단지만 그런 것이라 정수장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8일 사고로 상수도관에 흙탕물이 유입되면 한동안 흙물이 나올 수 있다. 원인이 사고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A 아파트의 수질 관련 글은 지난 3월에도, 5월 초에도 올라온 바 있어 18일 상수도관 파열 사고 이전에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시 수도시설과 관계자는 "시공사가 단지로 들어오는 상수도관까지 새로 매설해 낡은 관 탓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선을 긋고, "단지에서 열교환기 및 온수 배관을 거쳐 온수가 세대에 전달되므로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곧 자세한 원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답했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시공사와 함께 정밀수질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