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주기였던 지난 4월16일. 그는 SNS를 통해 이렇게 회고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 판교 환풍구 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김포 물류센터 화재 등 크고 작은 재난 현장에 있었고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까지 하게 됐다. 국민들이 느꼈던 절망과 슬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남아있는 사람들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2014년 이후 경기도의 대형 재난 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경기도 경제부지사, 행정2부지사, 행정1부지사를 모두 거친 전무후무한 이력 속 재난안전 전문가라는 단어도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국가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한 지 200일을 맞은, 김희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얘기다.
지난 21일 충북 괴산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현장으로 향하려던 김 본부장을 정부세종청사에서 잠시 만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역별 예방접종센터에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곧 다가올 여름철 수해·폭염 피해를 방지하는 일에도 여념이 없다고 했다. 경기도 부지사 재직 시절, 부지런히 현장을 다니고 행정을 직접 챙겼던 '꼼꼼 희겸'은 그대로였다.


#세월호 참사, 그 날의 악몽 이후
김 본부장은 1987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3년 경기도에서 경제부지사·행정2부지사가 되기 전엔 경기도 투자진흥관·경제투자실장, 행정안전부 기업협력지원관을 역임하는 등 경제 관련 업무를 다수 맡았다.
그랬던 그가 재난안전 업무를 본격적으로 담당하게 된 것은 김 본부장의 회고대로 2014년 세월호 참사부터다.
"그 날은 수요일이었어요. 아침에 도지사님이 안 계셔서 행정1부지사 주재로 간부회의를 하고 나오는 길에 급하게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배가 막 가라앉았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는데 느낌이 영 좋지 않았어요. 현장에 빨리 가봐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다들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라고 했지만 감이 그렇지 않았어요."

7년이 지났지만 김 본부장은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수라장이었다.
큰 혼란 속 관리는 전혀 되지 않았다. 경기도 차원의 대응팀을 꾸리고 안산에 임시분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화랑유원지로 출근했다. 항상 현장에 있다 보니 상황 정리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지방선거가 있었고 도지사가 바뀌었지만 업무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매진했다.
2014년에는 유독 경기도에 큰 인명 사고가 많았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한 달여 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0월17일에는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판교 환풍구 사고 당시에도 김 본부장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금요일 오후 안양 전통시장 행사에 참석한 직후였다. 곧바로 판교테크노밸리로 이동했고 독일 출장 중이던 도지사에게 귀국을 청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1월에 의정부 아파트 화재, 5월에는 김포 물류창고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마저 평택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 세월호 참사 '절망' 이후 무거운 책임감
화재·판교 추락사고·메르스 사태 '산전수전'
국민안전처 시절에도 대형재해·감염병 '긴장'
'국민들이 느꼈던 슬픔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2년을 꼬박 재난 현장에 있던 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재난관리실장으로 2015년 자리를 옮긴 것은 필연이었다.
국민안전처(이후 지금의 행정안전부로 개편) 재난관리실장으로 일할 때도, 행정1부지사로서 경기도에 복귀한 이후에도 대형 재난은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경북지역 지진에 유례없는 장마와 태풍, 아프리카돼지열병(ASF)·조류인플루엔자(AI), 그리고 코로나19까지.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김 본부장을 만난 21일에는 비가 내렸다. 그의 집무실에는 이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강우량과 기온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상황판이 걸려있었다.
"항상 상황판을 봐요. 저기(상황판)에 나와 있듯이 지금 최대 현안은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여름철에 있을 수 있는 수해를 막는 일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정부의 올해 상반기 접종 목표는 1천300만명이다. 백신 접종 대상자를 결정하고 수급하는 일은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가 담당하지만 접종센터를 마련해 실질적으로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안부의 역할이다.
지난 1월부터 행안부 내에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원단을 꾸리고 18차례 지역별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빠른 접종을 위해 당초 7월까지 개소하려던 전국 257개 접종센터를 4월 말로 대폭 앞당겨 설치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해 방지에 매진
'확진자·강우량 등 상황판' 시선 고정
국가 재난안전업무 총괄 200일 꼼꼼하게 챙겨
'7월 개소 계획' 접종센터는 지난달말로 앞당겨

김 본부장은 "전해철 장관께서 (백신 접종 업무를) 단순히 도와주는 게 아니라 행안부 역시 직접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현장 예방 접종의 중추 기관인 보건소에 1천735명의 인력을 확대 지원하고 각 접종센터 현장에서도 직접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 지자체 병·의원 등 1만4천500여개의 의료기관과 위탁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 중부지방 기준 54일이나 장마가 이어진 데다 연달아 태풍이 오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컸던 만큼, 올해 여름 수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여름 장마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올 겨울에는 폭설 피해도 크지 않았나. 눈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9번이나 가동할 정도였다. 이번 여름은 지난여름만큼 장마가 길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며 "여름철 자연재해 대책 기간이 지난 15일 시작됐다. 그래서 매주 현장에 가서 점검한다. 여름철 태풍·호우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난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태풍이 왔을 때 산사태에 따른 피해가 컸던 만큼 올해는 붕괴 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폭염 피해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예전처럼 실내 무더위 쉼터를 가동하기 어려운 만큼 야외 쉼터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풍·호우 상황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접종센터는 재해 우려 지역에 준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대 수원 특례시장 유력 후보군 정치권 주목

인터뷰를 마친 후 김 본부장은 충북 괴산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사업장을 찾아 정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괴산군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의료진들의 어려움을 들었다.
직업 공무원의 표본으로 부지사 3개 직을 모두 역임한 경기도 행정의 달인,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가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특례시 시대를 여는 가운데 초대 수원 특례시장 적임자로 수원지역 정치권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유력 후보군.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다수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재난안전 전문가가 가장 적절한 단어일 듯하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김희겸 본부장은?
△ 1964년 화성 출생
△ 수원 유신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
△ 1987년 행정고시 31회 합격
△ 2013년 경기도 경제부지사, 행정2부지사
△ 2015년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
△ 2017년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기획조정실장
△ 2018년 경기도 행정1부지사
△ 2020년 11월~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안전차관)
△ 2007년 대통령 표창, 2013년 홍조근정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