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테이블·도시탐사대·군포문화민회…
온오프라인 소통·공유 제언 미래설계 밑거름
市, 폭넓은 참여 유도 행정적 지원 보폭 맞춰
군포시가 '문화도시'를 향한 숨 가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3년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 심사에 최종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시는 현재 제4차 문화도시 승인 요청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먹고 살기 바쁜데 지금 문화를 따질 때냐', '배부른 소리다' 등의 곱지 않은 시선을 더러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문화의 정의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한 것으로, 문화의 개념과 범위는 실로 방대하다.
정치·경제·사회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가 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도시의 성장과 발전도 문화 수준과 궤를 같이한다. 즉, 삶이 곧 문화다. 문화에 대한 고민 없는 마구잡이식 개발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도시브랜드로 정립해 미래를 설계하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의 힘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군포 100년을 준비하는 군포시가 문화도시 추진에 뛰어든 이유다.
■ 문화도시 지정 도전장 내민 군포시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하도록 정부가 지정하는 도시를 뜻한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월 최초로 부천시 등 7곳을 1차 문화도시로 지정했으며, 2021년 1월에는 인천 부평구 등 5곳을 2차 문화도시로 추가 지정했다. 현재는 수원시와 오산시 등 16곳이 3차 예비 문화도시 자격으로 최종 지정을 위한 예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5~10개 내외의 도시를 추가해 오는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30곳 정도의 문화도시를 지정할 계획이다.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는 관점에서 전국적으로 문화도시를 확산하고 권역 간 문화도시 벨트를 구축해 지역 간 상생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현재 4차 신청을 준비 중이며 다음 달 17일까지 공모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80여곳의 지자체에서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예비도시 지정 결과는 오는 10월 결정되며 최종 문화도시 지정은 2023년 판가름난다.
지난해부터 문화도시 준비에 착수한 시는 지난 2월 문화도시군포 총괄기획자로 지금종 강릉문화도시지원센터장을 위촉하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여러 채널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의견을 수렴해 도시를 명확히 진단, 문화도시 조성을 향한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 문화도시, 결국 시민이 만든다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마치 구름 같습니다. 홀로 떠 있는 구름이지만 함께 모여 큰 구름을 만드니까요. 군포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비를 뿌리게 됐으면 합니다." 지난 13일 문화도시 관련 한 토론 현장에서 나온 윤혜준(28·여)씨의 말이다.
이날 윤씨를 비롯해 15명의 청년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문화도시와 청년'을 주제로 취업과 자립, 불안감 등 평소 각자의 생각을 털어놓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매주 목요일이면 군포 곳곳에서 이 같은 대화의 장이 열린다. 빙 둘러앉아 토론한다는 의미로 '라운드 테이블-문화잇수다'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령대도, 직업군도 다양한 시민들은 일과 시간을 마친 오후 7시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교통, 환경, 청년 등 주제도 매번 바뀐다.
단순 수다처럼 시작된 대화는 점점 도시의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이어진다.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았고 어느덧 10주가 지났다. 라운드 테이블은 군포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이끄는 하나의 소통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 14일에는 군포 도시탐사대 '수릿길 탐사단'이 탄생했다. 산책하듯 도시를 탐사한다는 '산책복지'의 새로운 개념을 접목해 40명의 시민 단원들이 수릿길 일대를 산책하고 스스로 지역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탐사대장 최남희(60·여)씨는 "문화도시를 위해선 우선 시민들이 도시를 잘 알아야 한다. 구석구석 도시를 바라보며 애정과 주인의식이 생기고, 좋은 점과 개선점을 발견해가면서 정주 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 라운드 테이블과 도시탐사대가 있다면 온라인에는 '군포문화민회'가 있다. 비대면 시국에 맞게 오프라인보다 훨씬 활발한 소통이 실시간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커뮤니티 공간에는 현재 무려 430명이 가입한 상태다. 이들은 수리산과 초막골 생태공원 등 군포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사진·영상으로 찍어 올리며 공유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작은 개선점 등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한다. 여기에 댓글과 제언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이 개진되기도 한다.
군포문화민회 커뮤니티 리더로 활동 중인 박상현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본 군포 이야기를 이 공간에 풀어놓는 게 놀랍다. 조금씩 모양과 방식은 다르겠지만 내가 사는 지역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문화도시 준비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다. 시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며 톱니바퀴를 맞춰가고 있다. 이는 민선 7기 출범 이후부터 협치와 시민거버넌스를 중시해 온 시의 방향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송원용 군포시 문화예술과장은 "문화도시 사업은 그동안 행정이 갖고 있던 방대한 권한을 시민들에게 넘겨주고 함께하는 사업"이라며 "시민들에게 어떻게 내어주고 시민거버넌스를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