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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상 수상자 이명자씨의 편지

사랑하는 막내딸에게. 몇 자 적어본다.

요즘 봄 날씨에 비도 많이 오고, 때이른 날씨로 한 낮에는 이마에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고 더운데, 직장생활 하느라 무척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일과 책임감에 최선을 다하여 후회없는 삶이 영위되어야겠지. 더욱이 요즘같이 코로나가 사그러들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데 날짜 시간 맞춰 백신 접종 잊지 말고 하도록 하렴.

온국민을 꼼짝 못하게 발을 묶어놓고 엄마가 하는 자영업도 무지 힘들고 어렵지만 슬기롭게 잘 견뎌나가고 있는 중이란다.

가까운 거리 같은 하늘 아래 인천에 살고 있는 막내딸이지만 서로 바쁜 관계로 얼굴도 잘 못보고, 코로나로 인해 서로 만나 밥도 같이 못먹고 안타까운 현실이구나. 잘 이겨내어 7월 아빠 칠순에는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곧 이렇게 되겠지. 우리 식구 모두 희망을 가져보자.

네가 결혼한 것이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2019년 12월 8일, 하와이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것이 너에게는 일생에 가장 큰 행운인 것 같다. 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성대히 결혼식을 마쳤으니 말야. 늦깍이 36세 신부가 좋은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여, 만날 걱정거리인 숙제를 풀어 두 다리 쭉 펴고 편안히 잠을 잘 본 것도 그때인 것 같구나.

엄마는 네가 막 돌 지나서부터 시작한 장사를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넌 언니와 둘이 엄망의 따뜻한 정도 못 트끼고 자라 항시 마음이 아팠지. 언니한테 혼나고, 싸우고 울 때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가 벗어놓은 옷을 끌어안고 엄마 냄새 맡으며 엉엉 울고, 밤 10시 넘어 돌아왔을 때, 울다 지쳐 4살 위 언니를 암마 삼아 서로 곡 끌어안고 잠든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져 피 눈물 흘리며 운물을 삭이고, 그렇게 애처로운 마음 가슴에 못이 박혀, 지금 그 나이 38세에도 애정결핍으로 손톱 물어뜯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하단다. 그럴때마다 네 얼굴을 볼 수가 없고 죄책감이 드다.

그래도 어려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 예쁘고 착하게 커서 좋은 신랑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 더 이상 소원은 없단다. 하지만 단 하나, 올해는 예쁜 하이 하나 낳아기르면 얼마나 좋겠니. 지금도 늦은 나이인데 언제쯤이나 예쁜 아이를 낳을까. 엄마가 열심히 기도하고 빌어볼테니 엄마의 기도가 올해는 너와 함께 통했으면 좋겠다.

착하게 커서 결혼까지 하여 엄마한테 큰 효도를 한 너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한다. 푸르른 5월 얼른 기쁜 소식 전해주길 바라며,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렴.

2021. 5 . 24

엄마가 한가한 시간에 막내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