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아내 미정에게!
20여년전쯤 되나보다. 지금생각해보면 참으로 호기로운(?) 청혼이었다.
남들 다한다는 청혼 이벤트는 고사하고, 단신을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에서, 만난지도 5년이 넘었으니 이제 결혼하자는 멋대가리 없는 청혼을 했었다.
그런데다가 나하고 결혼하려면 나의 어머니도 모셔야 한다고 했지
그런데도 당신은 아무런 불만 없이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평수도 작은 집에서 시어머니하고 정말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다.
남들이 말하는 고부갈등은 하나도 없는 줄 알았다. 참으로 무심했던거지.
그러던 어느날...잠결에 소리 죽여 흐느끼는 소리에 깜짝 놀라 물었고, 당신은 그제서야
어머니와의 갈등을 얘기해 주었다.
아이 교육문제로, 반찬문제로, 때로는 어머니가 자주 쓴ㄴ 그릇을 치운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았지만. 혹시나 내가 불편할까, 더 큰 다툼이 될까 혼사서만 속앓이를 한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참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쓸데없이 무던했고 무지했던 내가 한심했다.
고부갈등이 없을 리가 없을텐데...살아온 방식이 천양지차인 두 사람이 만나것이니 서로를 이행하고 맞추려면 쉽지 않았음을 충분히 알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사랑하는 미정.
일찍 홀로되신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어떻게든 편온한 집안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혼자서만 고군분투했던 것을 몰랐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남편은 말 그대로 남의 편인냥,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어머니 잘 모시란 말만 되풀이했으니...
당신이 어머니를 모신다고 했던건 나를 사랑해서였지, 나의 어머니를 사랑한건 아니였음을 왜 몰랐을까? 그리고 어떤 관계든 갈등은 있는 것이며, 그 갈등이 반드시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왜 또 몰랐을까?
그리고 난 정말로 무지했다 시댁에서 결국 당신을 지켜주고 보호해 줄 사람, 그리고 당신의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언젠가 병원에서 관공서에서 무심히했던 보호자란 서명...당신의 보호자, 아내의 보호자는 남편이라는 것을 '못난 남편들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깨우쳐라' 알려주는 것이었는데...서명하면서도 알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내 미정!
이제 내가 당신의 방패막이자 진정한 보호자가 될게. 더 이상 어머니를 이해하라고, 어머니말에 순응하라고도 하지 않을께. 대신 내가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게. 고부갈등은 '영원한 숙제'라자나 그 숙제 이제는 함께 풀도록 할게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남의편이 아닌 진정한 당신의 편이 되고푼 못난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