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만에 당신이름을 불러보는지 모르겠소. 50년이 넘은거 같구려.
'홍'한테 편지 쓰는것도 연애편지 쓴 후 처음이지 싶소. 쑥스럽지만 경인일보 힘을 빌려 내마음을 전하려 하오.
'홍' 첫눈에 반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래한 시간이 얼마이며 완행열차 비둘기호에 몸을 싣고 설레임에 가슴떨린 시간은 또 얼마이며 편지쓰느라 지새운 밤은 또 얼마일까 생각하니 이나이에도 가슴이 뜨겁소.
'홍'소영엄마로 통하는 이름인 '홍' 참으로 오랜만에 다정히 불러보오.
동고동락의 삶은 어느새 50년이 훌쩍지났구려. 육남매의 맏며느리로 삼남매의 엄마로 고생도 참 많이 했소.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혹독하게 시집살이 한거 다 안다오.
세탁기도 없던 시절에 손이 얼어터지도록 일만해서 고단하기만 했던 신혼이 그리움으로 밀려와 씁쓸하기만 하구려.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도 이 미련한 놈은 눈치를 채지 못해 파킨슨이라는 큰병으로 당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면 회한이 밀려온다오.
여보! 정말 미안하고 고맙소.
당뇨로 고생하는 날 위해 좋은 음식을 챙겨 먹이느라 당신 몸 불편한 것을 참으며 애쓰는 모습이 날 더 아프게 한다오.
당신의 병이 퇴행성 뇌질환이라 걱정을 많이 하지만 이몸이 부서질때까지 당신을 간호할테니 아무 염려마시오. '영원한 사랑' 변함없으니 날 믿고 마음편안하게 치료에 전념하구려. 여보! 은모래가 반짝이는 강촌에 살고픈 당신의 그 소원 꼭 들어주리다.
나쁜기억은 모두 잊고 좋은 기억만 하고 삽시다.
당신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 할 수 있다오.
부디 건강지키기 바라며 사랑하오!
'홍'을 사랑하는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