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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수상자 정유경씨의 편지

♡ 사랑하는 아빠에게 ♡

아빠! 잘 지내시지요? 저희는 잘 지내려고 노력중이에요.

갑자기 가시게 된 그 곳은 어떠하신지요?

춥지는 않은지 덥지는 않은지 외로우시지는 않은지...

이렇게 떠나실 줄 알았으면 한번 더 전화드리고, 한번 더 안아드리고, 한번 더 사랑한다 말씀드릴걸... 그 한마디가 뭐가 그리 쑥스러워 아끼고 아꼈는지 후회가 되네요.

엄마랑 저희는 걱정하지 마세요.

가끔 아빠가 안 계신걸 잊고 아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어르신들을

뵈면 목이 메이긴 하지만... 서로 도닥이며 잘 지내려고 노려하고 있어요.

죽을 때까지 아빠 얼굴·모습 잊을 수는 없겠지만, 힘내서 지내 볼게요.

이번 어버이날에 다같이 아빠가 쉬시는 곳에 다녀왔어요. 바람이 솔솔 불고 햇살이 따사로운게 꼭 아빠의 손길 같아서 마음이 포근해지더라구요. 제가 따드린 길가의 들꽃도 보셨지요? 그곳에 아빠혼자 남겨두고 와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조만간 또 찾아뵐테니 기다려주셔요.

벌써 두달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아직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유경아~"라고 불러 주실 것 같은데... 집에 찾아갈 대면 반갑게 동네 어귀까지 마중나와 주실 것 같은데...

이제는 이 모든게 제 꿈속에서만 가능하네요. 아빠! 꿈이라도 좋으니 한번만 다녀가 주세요. 제가 아빠 좋아하는 음식 잔뜩 해놓고 기다릴게요.

제 나이 불혹. 흰머리가 한 개씩 보이는 나이건만 아직도 아빠의 부재는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아직도 저는 아빠가 무등 태워 주시던 다섯 살 어린 아이인가봐요.

꿈에라도 좋으니, 예전에 해주신 것처럼 제 등 두들여 주시며 힘내라고 한 말씀만 해주세요. 그럼 저 아빠가 절 보며 웃어주신 것처럼 활짝 웃으며 살게요.

아빠!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제 아빠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덕분에 행복했어요.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사랑합니다. 영원히.

- 2021.5.20 -

막내딸 유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