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jpg
건강상 수상자 공현정씨의 편지

그깟 닭다리가 뭐라고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며느리 정아에게 -

어린이집에서 준이를 데리고 와 TV 뽀로로를 켜놓고 저녁을 준비한다.

먼저 퇴근해서 집에 온 너의 밥상을 차린다. 맛있게 해놓은 닭도리탕을

상에 올린다. 나는 본능적으로 다리 하나 달린 반쪽을 아들 몫으로 남겨

놓고 다리하나는 준이를 주고 나머지 뻑뻑한 고기를 너의 밥상에 올렸지,

뼈감자탕을 끓일때도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주말에 해먹이는 걸 보고

"어머니 섭섭해요. 나도 일하고 왔는데 어머니는 아들만 위하고~

저도 딸 같아면서요" 하면서 울먹이는데 아차~ 싶었단다.

그래 맞아! 그깟 닭다리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편애를 하는구나

이제는 다리를 여러개 사서 끓이기도하고 냄비째 식탁위에 올리고 많이

먹어라 하면 잘 먹어주는 니 모습이 참 이쁘단다.

우리가 시어머니 며느리로 산지도 9년이 되었구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4년 연애 끝에 헤어지려했던 순간에, 복뎅이 우리 준이가 배속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그럴 줄 까맣게 모르고 있던 내게 결혼해야겠다고 통보하던 날

아무 준비도 없었던 난 참 걱정이 많았단다.

결혼후에 너는 부산에서 아들은 서울에서 주말 부부로 살았지.

준이가 태어나고 100일도 안되어서 내게 안기고 갔을 때, 가슴벅찬 즐거움과 걱정이 태산이었지.

아들은 사랑하는 너와 아버지 일직 여의고 홀로 키워온 아픈 엄마를

위해 아는 선배와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단다. 하지만 월급한번 받아

보지 못하고 사기를 당하고 말았단다.

일억이 넘는 빚을 떠안고 쫓기듯 이곳으로 이사오게 되었지.

아기 키워야지 내 병원비 들어가지 빚은 점점 더 늘어만 갔지. 사새 빚까지

준이를 사이에 두고 이혼하겠다고 싸우는 느네 부부를 보면서 도와 줄 수도

없는 나는 누군가 날 벼랑 끝에 세워둔거 같았단다.

코로나19로 너는 직장을 잃었고 공장에 다니게 되었지, 어느 날 일

하다가 손가락이 기계속으로 들어가 절단 되어 병원으로 갔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놀랐던지~

까망게 죽어있는 손톱을 싸매고 일하러가는 너를 보면 너무

안쓰러워 짠한 마음에 한참을 서 있곤 했지.

얼마전 "어머니 빚 다갚았어요."하는 네 손을 잡고

"잘했다 고맙다." 하면서 눈물이 울컥 쏟아졌단다.

아직은 집도 월세고 또 다른 빚이 있지만 너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이제 희망이 보이는구나.

우리 집은 늘 우리 준이 웃음소리 때문에 행복하단다.

아침에 준이 노래가 들리면 아~ 오늘도 살았구나 싶다.

"겨울은 언젠가 '봄'이 됩니다.'그런 시절도 있었지.'

'그때는 괴로웠지.' 하며 웃는 얼굴로 이야기 할 날이 옵니다.

반드시 옵니다. 그러므로 끝까지 굳세게 살기 바랍니다." 라는

이케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꼭 그런 날이 온단다.

그 어려운속에서도 넌느 내게 용돈을 주었지, 너무 고마워서 한푼 두푼

가슴으로 모았단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결혼 때 못해 주었던

다이아반지, 작지만 네 손가락에 끼워 주던날 난 정말 행복했단다.

사랑하는 내 아가야~ 부디 행복하게 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