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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수상자 정채균씨의 편지

보금자리 지킴이 아내에게

창문 밖 동산에 신록이 짙어지고 아카시아 꽃내음 풍겨오는데

점심식사후 차한잔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 혼자 집에있는 당신을 생각하며 추억을 돌이켜 봅니다.

하늘의 인연으로 결혼하여 서울이라지만 낯선곳에서 시작한 우리의 신혼, 구월동 길병원 개원하며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34년되었으니 제2의 고향이 되었네요.

유방맘 투병 후 잔병치레하면서도 아이들 뒷바라지와 살림하느라 바빳는데 요즘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진통제에 취해 사는 당신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지방 근무로 주말부부가 되어 지내는 중에 당신의 유방암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이 있었는데 곁에서 병구완 하지못했으니 지금도 죄인되어 미안한 마음이에요.

이런 우환을 겪으면서도 딸을 혼인시키고 아들은 첫 직장에 취업했으니 자식 농사 잘 지은 당신의 공로가 큽니다.

어려운 생활 가운데 알뜰히 내조하며 누굴 탓하지 않고 자족하는 삶에 우리가정도 풍족해지는 축복을 받았지요.

선친을 병으로 일찍 여윈 막내가 정형외과의 한 분야를 담당하여 환자를 부모, 형제같이 돌본다는 사명감으로 한 우물 파 온 지난날이 후회스럽지 않습니다. 정년퇴임 후 전공을 살려 다시 일할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보람찬 일인지요.

가족의 소중함과 화목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에게 고난은 더 큰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여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노후에는 여우 나는 산골 얘기하며 여왕보다 더 행복한 찬가를 부르도록 당신의 백년지기가 되어 줄게요.

매일 전화로 문안하지만 이제 손편지를 자주 하여 펜팔로 만난 우리의 소통을 이어가도록 합시다.

코로나 19로 면역력이 약해 집에 갇혀사는 당신,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장미공원이라도 산책하기로 해요.

누구보다 아내와 엄마 역할을 잘해온 멋있는 당신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지만 다시한번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주말을 기다립니다.

2021년 5월 강화에서 당신의 영원한 바라기 정채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