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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수상자 최현정씨의 편지

그리운 아빠에게

아빠 안녕!

오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어. 비가내린 다음날이라서 그런가?

빗물에 씻긴 맑은 유리창처럼 하늘도 아주 선명한 푸른빛인거 있지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을 아빠를 생각하니까 아빠가 더 보고싶어진다. 그때 아빠가 나한테 전화했을때 난 왜 퉁퉁거리기만 했을까?

전화선 너머의 공허한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했던 나는 정말 바보였어.

"아빠 , 할말 없으면 전화좀 하지마"내가 생각해도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소리였네.

딸 목소리를 듣고 위로받고 싶었을 아빠에게 그때의 나는 참 몹쓸 딸 이었네.

혼자서 외롭게 고통을 겪었을 아빠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못해주었던게 너무 후회스럽다.

아빠가 떠난 후 일상속에서 나는 가끔 아빠 생각을 할때가 있어.

벚꽃나무위에서 꽃잎이 떨어질 때, 전철 안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때, 장미꽃이 억수같은 비를 맞을 때가 그랬어.

묵직한 슬픔 비슷한 감정이 내 마음속에 차오르는 것 같았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아니면 미안함이었을까?

하필이면 아빠가 찬란한 4월 내 생일에 떠난 아빠가,

전철로 일산에서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았던 아빠가,

어느날 시골집 앞마당에 장미나무를 심었던 아빠가 사무치도록 보고싶어서 그랬나봐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잿빛 양복바지에 하얀 와이셔츠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빠가 출근하는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었어. 아빠의 어깨가 젖는줄도 모르고 내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며 건물로비까지 데려다 주었잖아.

내가 뒤돌아 보았을 때 아빠는 나에게 멋진 미소를 지어주며 그만들어가라는 손짓을 했었지. 비가 너무 매섭게내려 아빠와 나사이의 공간에 물보라가 가득차는 바람에 아빠의 미소는 점점 흐릿하게 보였어.

"아빠는 괜찮다.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으니 슬퍼하지말고, 죄책감을 가지고 살 필요도 ㅇ벗어.그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면 아빠는 그것만으로 기쁠 것 같구나!"

비가 쏟아지는 꿈속에서 내게 우산을 받쳐준 아빠의 미소가 의미하는게 이거였구나.

아빠,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고, 또 쑥스럽기도 하지만 이젠 저 푸른 하늘을 향해 용기를 내어볼게.

"아빠! 고마워,그리고 사랑해! 나진짜 열심히 살아갈게, 꼭 지켜봐줘!"

또 편지 쓸게 아빠 , 안녕~♡

2021.5.17. 아빠의 첫째딸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