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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수상자 이지은씨의 편지

사랑하는 용석씨,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우리가족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세상의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똑같은 하루를 보냈어요.

막상 편지를 쓰려고 하니 무엇부터 써 내려가야하나 생각하며 우리의 지난 십년을 돌아보아요. 폭풍우가 휩쓸고 나간 것처럼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아이들을 키우며 참 어려운 일들도 있었고 하나하나를 결정할 때 마다 우리의 부모님 마저 생각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지금은 이런 평범한일 모두가 참으로 감사한 나날들이에요.

우리둘째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는 모래성처럼 무너졌을 거예요. 몸이 불편할 뿐 우리 아이들이 우리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살자고 손잡고 얘기해주었던 그말이 나를 다시 잡고 슬픔을 이겨낼수 있게 힘이 되주었었죠. 그때 꼬옥 잡아주었던 그 따뜻함을 잊지않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십년 후, 이십년후를 아름답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린 싸울일이 없었는데 아이들을 낳고 많이 다투기도 했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럴수 있는 일들이었는데 그땐 당장 어떻게 될 것처럼 화를 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날 이해해줄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고 한말, 콧방귀 뀌며 웃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살짝 커밍아웃 해봅니다. 이제 밖에서 시끌버쩍한 소리들이 들리는걸 보니 아이들이 귀가 하나봐요. 우리 하하호호 웃던 일들을 기억하며 오래 함께해요.

지난 잠못 이루는 날들 늘 곁에 있어줘서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하는 아내

지은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