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여성을 1년여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군법 재판에 넘겨진 군인들에 대한 1심 선고 전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안양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 단체가 연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공군부대의 성추행 사건으로 여성 장교가 숨지는 등 군인의 일탈 행위가 여론의 지탄을 받는 가운데 오는 7일 진행될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양여성의전화는 3일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북한이탈여성 A씨에게 술을 먹인 뒤 모텔로 끌고가 성폭행을 한 B중령과 C상사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양여성의전화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신변보호담당 경찰로부터 정보사령부 군인인 B씨를 소개받았고 2017년 B씨로부터 같은 부대 소속 C상사를 소개받았다.
A씨는 북한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한 바 있어 B중령과 C상사는 A씨에게 북한 정보를 요구했다. 이들은 북한에 있는 A씨의 동생에게도 정보를 요구했고, A씨 동생은 이 일이 발각돼 북한 보위부에 끌려갔다.
A씨는 애타는 마음으로 동생을 구하기 위해 B씨와 C씨에게 도움을 구했으나 이들은 도움을 구하는 A씨에게 술을 먹이고 A씨가 몸을 가눌 수 없을 때 성폭행했다. 2018년 5월부터 시작된 가해는 A씨가 두 번의 임신과 임신중절을 겪으면서 1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2019년 10월 A씨의 고소 이후 군검찰의 조사가 10회가량 이어지는 동안 피해자는 2차 피해도 입었다. C상사가 뒤늦게 성폭행 당시 녹취라며 제출한 증거를 군검찰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공개한 것.
해당 사건은 고소 후 10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기소돼 보통군사법원에서 지난 1월19일부터 공판이 진행 중으로 오는 7일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있다.
안양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정보사령부 군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북한이탈여성을 성 착취한 '피감독자 간음'"이라며 "북한이탈여성 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과 향후 군인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군재판부의 인식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단체 연대 시위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함께한다"고 선언했다.
한편 정보사령부 측은 B중령과 C상사가 기소된 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