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 40% 조합설립 즈음 투기 합류
업계 주택용지 2배 면적 확보 악용
조직 구성, 지가 올리기 약자 행세
고의소송 지연, 일부건설사 결탁도
민간 도시개발사업 맹점으로 인한 피해와 갈등 사례는 인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간 도시개발사업이 벌어지는 곳마다 업체와 주민, 주민과 주민 사이의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 업계와 해당 구역 주민들은 사업 지연에 따른 업체의 비용 손실과 지역 내 분양가 상승 등에 따른 피해를 막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도시개발조합 설립은 전체 공정의 40%쯤 된다. 도시개발조합 설립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전후해 투기 세력이 뛰어든다고 한다. → 흐름도 참조
업계 관계자들은 "큰 비용을 들여 행정 절차를 진행해 사업 주체가 돼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천문학적인 사업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집단환지(공동주택)를 위한 건설사와의 토지 계약이 선행돼 사업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건설사나 조합 측은 토지감보율 약 50%를 고려해 계획된 공동주택 면적의 약 2배의 토지를 소유주로부터 매입한다. 안정적인 토지를 확보해야 사업 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아는 투기 세력이 토지주를 대상으로 토지가를 올리고, 주민 갈등을 일으켜 사업을 어렵게 만든다.
인천 서구의 한 도시개발조합 관계자는 "투기 세력들은 택지 조성의 공익적 목적을 가진 도시개발사업을 투기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투기 세력이 확보한 토지는 일종의 볼모다. 투기 세력은 몇몇 토지주와 조직을 꾸리고 약자 행세를 하면서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한다. 고의로 소송을 걸어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사업을 지연시키는 등 기존 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한 악의적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또 지장물을 설치하거나 나무와 작물을 심어 토지 지목을 변경하면 토지 매입가나 지장물 보상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토지주들을 부추긴다. 최근 LH 투기 사태에서 드러난 보상 방식과 유사하다. 한마디로 기존 사업 주체 업무를 방해해 어렵게 만드는 게 이들의 목적이다.
대다수 양심적인 건설사들은 이미 사업이 추진 중인 개발사업구역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지킨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투기 세력과 결탁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할 일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런데도 시행사를 가장한 지역 투기 세력의 꾐에 넘어간 일부 건설사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을 출자하거나 배후에서 지원하는 형식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들은 해당 지역 금융기관에 수백억원의 계좌를 개설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춘다. 이 자금은 실제로 토지 매입이나 사업에 쓰이지 않고 토지주를 현혹하기 위한 '미끼'로 쓰인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 업계에서는 이러한 악의적 투기 세력에 대처할 방법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직 관계자는 "도시개발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런 경우를 수없이 보지만, 행정력이나 법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토지주와 조합원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토지주들은 본인도 모르게 투기 세력의 일부가 되는 셈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province@kyeongin.com
